brunch

물건도 함께 나눈다

마을 장터 셀러 도전기

by 여유수집가
BandPhoto_2015_09_07_05_29_30.jpg


국립어린이민속박물관, 삼청 유아숲, 공연 관람.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자 우리는 야외 놀이를 시작했고,

통제가 되지 않는 꼬마 5명과의 외출이 그리 어렵지 않음에

엄마들의 자신감은 점점 커졌다.


그렇게 도전한 것은 마을 장터의 셀러.


모두 다 외동아이라서 물려줄 동생이 없기에

작아진 옷과 더 이상 보지 않는 책, 이제는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이 집집마다 가득했다.

그 물건들을 모아 일일 상인이 되어보기로 한 것이다.


"천원이에요. 천원"

아이들은 엄마들의 외침을 따라 한 마디씩 거들면서 까르르 웃고,

친구들의 가져온 장난감과 책을 살피느라 야호 신나고,

기웃기웃 물건을 구경하고 사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어리둥절 상황을 살피고,

물건을 팔았다며 더 팔겠다고 들뜬 엄마들의 분주함에 폴짝 덩달아 들뜬다.


판 물건을 담아 드릴 봉투도

넉넉한 거스름돈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얼렁뚱땅 초보 셀러들.

천원에서 제일 비싼 물건은 삼천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이제는 필요 없어진 물건을 정리하며

그 물건이 누군가에게 다시 필요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신나고 더 배우고 더 보람된 하루였다.


BandPhoto_2016_10_27_23_58_52_1477580868992.jpg

친구는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다른 친구가 사기도 하고

집에서 더 이상 하지 않아 가지고 온 퍼즐을

장터 내내 하고 또 하다 다시 가지고 돌아가기도 하고.

꼭 이런 장터가 아니더라도 우리끼리의 물물 교환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를 보자마자 "천원이에요" 말했다며 재미있었다고 자랑을 하는 아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이 넘치도록 많은 다섯살 인생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하나하나 쌓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책상 앞 학습보다는 세상 속 경험을 통해 아이를 성장시키고 싶다.


물론 아이에게만 새로운 경험들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엄마에게도 새로운 경험들이 쌓인다.

내가 쓰던 물건을 팔아 본 것은 나 역시 처음이었으니까.


아이 혼자만 즐거운 육아보다는 엄마도 함께 즐거운 육아를,

아이만의 성장이 아니라 엄마도 함께 자라는 육아를 꿈꾸는

내 바람에 딱 맞는 기억남을 하루가 또 채워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들은 모두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