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난감 유혹에서 벗어나다

나를 닮은 인형

by 여유수집가


장난감. 함께 놀이에 있어 가장 큰 적이 되기도 하고, 또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기도 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아이들도 친구의 장난감이 더 재미있어 보인다. 함께 놀이를 위해 도착하면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장난감이 모여있는 곳. 문을 꼭 닫아두어도 귀신같이 찾고 만다. 모든 친구들의 도착 시간이 같을 수 없기에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장난감의 유혹에 깊게 빠져든다.


이제 함께 놀이를 시작할 시간. 엄마들은 아이들을 장난감 유혹에서 탈출시켜야 하지만 쉽지 않다. 테이블 앞에 불러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쪼르르 장난감을 찾아가고, 아니면 아예 장난감을 가지고 나와 선생님의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장난감에만 관심을 보인다. '나를 닮은 인형'을 만들어보기로 한 오늘의 놀이 역시 그 시작이 쉽지 않았다.


"수업하기 싫어요."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몸은 거실에 있지만 시선과 마음은 장난감 방에 가 있기도 하다. "여기 보세요!", "선생님이랑 더 재미있게 놀아요." 등등 아이들의 마음을 돌려보기 위한 말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럴 때는 말보다는 행동이다.


아이들의 키보다 더 큰 종이를 펼쳐 두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제일 잘 듣는 친구부터 한 명씩 누워보기로 한다. 그리고 한 명의 친구가 눕고 엄마는 아이의 몸을 따라 그림을 그린다. 이 모습을 보자 친구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그림 모델이 하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장난감에게 가 있던 시선과 마음이 완전히 함께 놀이로 돌아온 것이다.


빨리 하고 싶다며 잘할 수 있다고 재촉하던 아이들이 막상 모델이 되자 긴장을 해서 꼼질꼼질 움직이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까르르 웃음은 멈추지 않는다. 밑그림을 그렸으니 이제 자신처럼 예쁘게 인형을 꾸밀 차례. 파란색을 좋아하는 아이는 파란색으로 색칠을 하겠다고 하고, 노란색 옷을 입고 온 아이는 노란색 옷을 색칠하겠다고 하고. 아이들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관심을 온전히 함께 놀이로 돌리기는 했지만 그 관심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아직 자신의 키만큼 집중력도 끈기도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각자의 다른 키만큼 참여의 시간도 달랐다. 미술에는 그리 흥미가 있지 않은 내 아이는 자신의 노란 옷을 색칠하겠다며 몇 번 슥슥 붓을 왔다 갔다 하더니 다했다고 책을 집어 들었다. 억지로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제부터는 아이가 아닌 엄마의 미술시간이 된다. 너는 이제 너의 놀이를 해라, 엄마는 너를 그릴 테니.


아이들의 모습을 꾸미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랜만의 미술 시간이 즐거워서일까. 엄마들이 작품 활동은 나름 진지했다. 그림을 채우는 것도 채우는 것이지만 종이 2장을 이어 그 속을 빵빵하게 채우는 것에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다. 아이를 먹이고 살찌우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가 아닐까?


인형이 완성되자 이제는 엄마들의 휴식 시간. 이때 장난감은 아군이 되어준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엄마들의 수다를 방해하지 않는 아이들. 물론 하나의 장난감을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럴 때만 엄마가 출동하면 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작해 엄마들의 정성으로 완성된 '나를 닮은 인형'. 엄마들의 미술시간이 돼버렸기에 한참을 채워야 하는 크기를 실감하게 되면서 정말 아이가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큼 아이들을 키워낸 엄마들도 대견하고, 이만큼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도 대견했다. 자라는 키만큼 마음도 쑥쑥 자라기를. 자신의 키만큼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이 순간에도 바라본다.




< 함께 놀이는 이렇게 >

0) 준비물 : 아이들의 숫자*2만큼의 전지 사이즈 크라프트지, 물감/붓/색연필/크레파스 등 색칠 도구,

풀, 가위, 신문지, 스테이플러(심 충분히), 스카치테이프

1) 크라프트지에 누운 아이를 따라 엄마가 그림 그리기

2) 전신 거울을 살펴보며 내 모습을 꾸미기

3) 그림이 그려진 종이와 빈 종이 2장을 마주하고 자르기

* 종이 2장을 살짝 풀로 연결해 자르면 좋음

* 그림 선에 바짝 붙여 자르지 말고 스테이플러 찍을 공간을 남기기

4) 종이 2장을 신문지를 넣을 입구를 제외하고 스테이플러 또는 스카치테이프로 연결하기

5) 자르고 남은 크라프트지와 신문자로 인형을 빵빵하게 채우기

6) 입구 연결하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물건도 함께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