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수박 파티
여행과 친정 방문 그리고 농가진으로 3주를 쉬었던 만남.
엄마들과의 수다도 그리웠지만 그보다 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그립더라.
아이의 마음도 내 마음과 같았는지 '함께' 놀이에 간다고 하자 말한다.
아니, 두 손 번쩍 들며 외친다. "오예!"
봄의 한가운데서 시작된 모임은 여름의 한가운데로 접어들었고,
오늘의 놀이는 더운 여름을 멋지게 날리는 '여름 수박 파티'였다.
"커다란 수박 하나 잘 익었나 통통통" 수박 파티 노래와 함께 놀이는 시작됐다.
정말 커다란 수박을 반으로 쪼개고
아이들은 각자의 숟가락으로 수박을 조각내기 시작했다.
작은 손으로 숟가락을 꽉 잡아 수박을 퍼내는데
같은 칭찬의 말에 아이들은 다르게 반응했다.
"정말 힘이 세다!" 남자아이들은 힘자랑을 더하고 싶어 열심히 수박을 퍼내고,
"동글동글 모양이 예쁘다!" 여자 아이들은 차분하게 동그란 모양으로 수박을 퍼낸다.
힘이 세다는 칭찬에 남자아이들은 수박 퍼내기에 집중하고,
여자 아이들은 함께 가져온 블루베리도 넣고 싶고, 바나나도 넣고 싶어 관심을 가진다.
물론 꼭 이것이 성별의 차이이기보다는 기질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성별 때문인지 기질 때문인지 알쏭달쏭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화채를 맛있게 먹고 수박 그림을 그린다.
초록색에 검은 줄무늬 그리고 빨간 속에 검은 씨앗까지
직접 눈으로 본 수박을 실감 나게 그리는 아이들.
그 상황에서 친구의 책에만 눈이 가서 그림 그리기는 관심도 없는 내 아이.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데 딴청인 내 아이를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자꾸 아이를 불러 테이블 앞에 끌어 앉히고는 그림을 그리라고 강요하게 된다.
그림 그리기가 싫다는 아이에게
그려야 한다고 말하는 내 말투는 점점 더 딱딱해진다.
다른 엄마들이 아이에게 말한다.
수박 파티 노래를 씩씩하게 잘 불러서 수박 그림을 참 잘 그릴 것 같다고,
오랜만이라 다른 날 그렸던 그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래서 아이의 그림이 보고 싶다고,
수박화채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림도 멋질 거라고.
딱딱한 내 말과는 정반대의 부드러운 말.
아이는 싫다는 말 대신 머뭇거린다.
그리고 대충이지만 그리는 시늉을 쓱 보이고는
다시 책에 눈길을 보낸다.
조급했던 내 마음이 점차 느린 물결을 만든다.
그리고 기억한다.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던 아이의 모습과 수박을 정말 맛있게 먹던 아이의 모습을.
아이들마다 소질이 그리고 자라는 속도가 다름을 인정하면 되는데 오늘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다.
조급 해지는 마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게 되는 마음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엄마들이 있어서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며 말했다.
오늘 수박 파티 노래를 씩씩하게 부르는 모습이 진짜 멋졌다고.
아이의 노랫소리에 엄마와 이모들이 정말 행복했다고.
아이에게 말하며 내게도 말한다.
느린 것보다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기억하는 엄마가 되자고.
채근하는 엄마보다 격려하고 칭찬하는 엄마가 되자고.
< 함께 놀이는 이렇게 >
0) 준비물 : 수박화채 재료, 수박 그림 그리기 재료
1) 수박 파티 노래 부르기
2) 백종원 레시피를 활용해 수박화채 만들기
3) 수박화채 맛있게 먹기
4) 수박 그림 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