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집 만들기
모임을 발의한 사람도 나,
모임의 이름, 운영규칙, 운영 가이드 등을 주도적으로 결정한 사람도 나.
그렇기 때문에 모임에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 모임이 조금이라도 삐그덕거리면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놀이 일정, 놀이 주제 등이 결정되는 것에 있어 더 아등바등거리었던 것 같다.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으로 놀이 주제를 검색했고,
밴드에 아이디어를 올려뒀다.
내 차례가 아닌 날에도 주제가 공유되면
무엇인가 더 아이디어를 보태어야만 마음이 놓였다.
일정을 확인하는 게시글에는 혹시 누가 빠진다는 덧글이 달리면 어쩌나
당일에 누가 아파서 갑자기 빠지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다.
때로는 회사일과 같이 생각됐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고, 내가 프로젝트 장과 같은 느낌.
프로젝트의 순항을 위해 디테일 하나 놓칠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과정 하나하나 내가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상황.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한 주는 여행, 한 주는 친정 방문, 한 주는 아이의 농가진으로
연속으로 세 번 모임에 갈 수 없었다.
말로는 다 같이 운영하는 모임이니 걱정 없다고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혹시 내가 빠진 시간 동안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과연 모임은, 놀이는 무탈하게 운영이 될까 등등등.
걱정도 팔자다.
일어나지 않는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사서 걱정을 한다.
밴드에 올라온 놀이 공지와 후기를 보니
더 이상 걱정은 금물.
더 이상 이 모임은 나만의 모임이 아닌 우리의 모임이라는 확신이 든다.
무엇보다 이 모임은 회사 업무가 아니다.
아이와 엄마의 행복을 위해
순수한 열정과 뜻으로 모인 사람들이기에
그 마음과 최선 또한 순수한 것을.
회사일처럼 동기나 의지가 모호해 하나하나 체크하지 않으면
누수가 생기곤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과자집 만들기를 위해
각자 집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모이고,
또 오늘의 놀이 선생님 엄마는 수제 생크림을 준비했다.
사진 속의 아이들 표정만 보아도
엄마들의 덧글 반응만 보아도 내가 없는 놀이가
얼마나 알찼는지 얼마나 즐거웠는지 알 수 있었다.
자발적인 동기와 순수한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로 인해 과정과 결과가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
공동육아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고 더 단단함을 보여준다.
이게 바로 연대의 힘이 아닐까.
어수선하고 불투명하기만 한 요즘,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이러한 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러한 형태의 공동육아도
더 많이 확산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