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난타
18개월이 되어서야 걷기 시작한 아이.
대근육 발달과 함께 소근육 발달도 느리다 보니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미술놀이에는 곧잘 딴청쟁이가 돼버리더라.
어느덧 순서는 한 바퀴를 돌아 내 차례가 되었고,
이번에는 딴청쟁이 아이를 관심쟁이로 바꾸고 싶어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 놀이를 생각했다. '난타'
생각은 했지만 걱정은 됐다.
5명의 아이들이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러워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나.
이 걱정을 가벼이 해결해준 것은 친구네 집이었다.
3층 빌라를 직접 지어
1층은 고모네 2층은 친구네 3층은 할머니네가
함께 모여사는 곳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뛰어도 괜찮고, 시끄러워도 괜찮기에
마음 편하게 놀이를 준비할 수 있었다.
쇠로 된 프라이팬 장난감 2개를 챙챙챙 마주쳐 보기도 하고,
콩을 이 통에서 저 통으로 촤르륵 옮겨보기도 하고,
요거트 통을 나무젓가락 채로 톡톡톡 두드리기도 하고,
생수 페트병의 줄무늬를 나무젓가락으로 드르륵 긁어 보기도 하고,
음료수통에 콩을 담아 찰찰찰 흔들어보기도 하고.
다양한 도구들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엄마의 판단은 적중.
평소 딴청쟁이이던 아이도 오늘만큼은 정말 관심쟁이가 되어서
열심히 놀이에 참여했다.
아이의 관심을 읽어주고 알아봐 주는 것도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한 꼬마 친구의 제안으로
작은별, 멋쟁이 토마토, 숫자송, 로보카 폴리 등
함께 노래를 부르며 연주를 했다.
엄마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놀이에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놀이는 더욱 재밌고 풍성해진다.
그리고 아이들의 예쁜 목소리와 연주는 마음에 행복을 꽉 채워주었다.
사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함께 놀이에 있지는 않았다.
함께 놀이 후 이어진 '옥상 점심'
텃밭에서 아이들이 직접 뜯어온 상추와 함께
옥상에서 바베큐 그릴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 먹는데
여기가 가평인지 서울인지 집인지 펜션인지 구분이 되지 않더라.
너무 맛있는 고기에 너무 화창한 날씨에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이니 정말 최고의 점심이었다.
아파트에서 자라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고,
나의 아이도 아파트에서 키우고 있는 현실.
자신의 집을 직접 지어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삶을 보니 정말 부럽더라.
뛰지 말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아빠의 취미가 음악이기에 음악실도 한 켠에 만든 것처럼
개성을 살린 공간 구성이 가능하고,
옥상에서 물놀이, 고기파티, 텐트놀이 등 여행 기분을 늘 만끽할 수 있고,
작은 텃밭에서 자연을 가까이 마주하는 삶까지.
무엇하나 부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생각보다 바베큐 그릴도 자주 사용하지 않고,
구석구석 손보고 청소할 곳들도 많다며
이런저런 불편한 점들을 이야기해줬지만
그래서 내 게으른 성격을 곱씹어 봐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내 인생에 한 번쯤은
내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게 되었다.
육아는 삶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공동육아 역시
잠깐 만나 아이들과 함께 놀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조금씩 더 깊게 들여다 보고 이해하게 된다.
나와 다른 삶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본 하루,
또 이렇게 공동육아가 더 좋아지고 있다.
< 함께 놀이는 이렇게 >
0) 준비물 : (개별) 난타 소재가 될만한 물건들
(선생님) 다양한 악기 그림과 악기 소리들
1) 그림과 소리로 악기를 배워요
2) 다양한 도구로 연주를 해요
3) 함께 노래를 부르며 연주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