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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랑을 하다

오늘은 내가 요리사, 샌드위치 만들기

by 여유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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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스펀지라고 했던가.

정말 쑥쑥 빨아들이고, 정말 쑥쑥 큰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등원 거부 문제를 함께 고민했던 것이 얼마 전의 일인데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이 공동육아인데

아직 다섯 손가락 다 꼽게 모이지도 않았는데

아이의 등원 거부 빈도와 강도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5살이 되었다며 스스로 하는 것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도와주고 감싸주는 것으로 교육 방식을 바꿨기 때문인지

공동육아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의 따뜻한 연결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는 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고,

선생님께 한 명 한 명 이름을 알려주며 자랑을 하더란다.

선생님께서도 '함께' 친구들 이름을 다 알고 계실 정도로 말이다.

공동육아가 아이에게 좋은 기운과 좋은 영향이 되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아이가 따뜻한 연결의 힘을 충분히 느낄 정도로

참여 엄마들의 열정과 애정도 대단하다.

이번 놀이 주제는 '오늘은 내가 요리사, 샌드위치 만들기'


"친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누구이지요?"로

이 날의 놀이는 시작되었다.

엄마를 위해 맛있는 샌드위치를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주기로.


처음 놀이 주제로 샌드위치 만들기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밴드에서 의견이 오갔을 때는

대부분 아주 간단한 방법을 생각했었다.

식빵에 잼을 바르고 바나나를 잘라서 올리는 정도?

조금 더 나아가서 생크림을 발라볼까? 그 정도가 밴드에서 나왔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날의 선생님 엄마 생각은 달랐다.

계란과 감자는 삶아서 준비를 하고,

오이, 당근, 사과는 다져서도 준비를 해두고 아이들이 잘라 볼 수 있는 크기로도 준비를 해뒀다.

게다가 쉽게 자를 수 있는 크래미까지 아주 완벽한 준비였다.

가볍게 이야기된 주제에 이렇게 꼼꼼하고 완벽한 준비라니!

그 준비에 쏟은 정성과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또 하나 크게 느끼는 것.

아이들마다 기질도 성향도 참 다르다는 것.

그래서 놀이에 참여하는 정도도, 받아들이는 정도도,

좋아하는 정도도 참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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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모범생으로 놀이에 잘 참여하던 아이가 요리에는 시큰둥하기도 하고,

만들기보다 먹기가 더 좋은 아이는 먹기 위해 요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딴청 많은 내 아이는 친구의 책에 꽂혀 여전히 딴청이었지만

그래도 재료 자르기는 열심히 하고,

마요네즈를 싫어하던 아이가 자신이 만든 요리라며

마요네즈가 들어간 것을 알고서도 맛있게 먹기도 했다.


아이들의 개성만큼 놀이에 참여하는 반응은 각기 달랐지만

함께 만들었기에 샌드위치 맛이 최고임에는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함께 놀이가 끝나면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놀이를 이어가고,

엄마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나이를 먹어가며 새로운 사람들에게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는데 '육아', '워킹맘'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무엇, '순수한 열정'을 나눈다는 것 때문일까.

엄마들의 대화도 점점 깊어지고 그만큼 마음도 깊어지는 것 같다.




< 함께 놀이는 이렇게 >

0) 준비물 : 샌드위치 재료, 샌드위치 모양 틀

1) 삶은 계란 껍질을 까요

2) 감자와 계란을 으깨요

3) 오이, 사과, 당근, 그리고 크래미를 잘라 보아요

4) 모든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어요

5) 동물 모양 틀로 샌드위치 모양을 만들어요

6) 맛있게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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