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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수집가 May 09. 2018

매일 아침 편지쓰는 엄마

아이에게 바람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굉장히 교과서적인 바람이기에 책 속에서도 말속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으나 쉽게 마음에 담아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내 바람을 포기할 수 없어 다른 방식을 더해보기로 했다. 내가 직접 시범을 보이는 거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가 매일 같이 글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쓴다. 


처음에는 비몽사몽 하는 아이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출근하는 아침 시간이 안타까워 쓰게 된 편지였다. 아이에게 매일 달라지는 내용의 편지를 읽는 설렘을 주고 싶었고 매일 미안한 아쉬움을 남기고 출근해야 하는 내 마음을 달래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침 편지는 내가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끝나는 듯했지만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다시 시작됐다. 


낯선 환경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마는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같은 반 친구 28명 중 주 5일 하루에 2개씩 방과 후 수업을 하고 5시에 하교하는 유일한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복직을 해야 하는 엄마이기에 어차피 해야 한다면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은 제일 처음 아침 편지를 시작할 때와는 별다를 것이 없었는데 매일 같이 쓰다 보니 조금씩 이유는 달라졌다. 아이가 자주 "엄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를 묻기 때문이었다. 


"엄마 꿈은 뭐야?"로 시작된 5살 아이의 질문은 8살이 되자 "엄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로 그 말을 달리했다. 꿈과 되고 싶은 사람은 같은 듯 다른 의미를 담고 있었다. '꿈'을 묻는 질문에는 '글을 쓰는 작가'라고 대답했는데 '되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직업보다는 지향점을 말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어른'. 내가 가진 이 마음이 아이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은 포스트잇을 꺼내 편지를 쓴다. 작은 편지에 담은 내 행복이 아이의 마음에 시나브로 세겨지기를 기대하면서. 


2018년 어버이날 아이의 카드
2018년 어버이날 엄마의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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