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물고기를 찾아 떠난 탐험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 216', 엄마가 건넨 한 권의 책. 나와 동생이 어렸을 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공동육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찾았다고 하셨다.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때 생각했다. 내가 선뜻 공동육아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엄마가 있었음을.
내게는 한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 게다가 작고 약해서 자주 아프기도 했다. 매번 나를 따라다니려고만 하고, 나는 졸졸 나만 따라다니는 동생이 귀찮아 싫다고 하고. 엄마도 고민이 되었던 듯하다. 특히 사람을 포함해 새로운 자극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동생. 고민 해결을 위한 엄마의 결정은 놀이방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반나절 어린이집이다. 익숙한 집에서 편안한 엄마가 선생님, 친구들만 새로운 환경을 동생에게 만들어준 것이다.
내가 미술학원에서 돌아올 즈음 엄마의 놀이방 시간은 끝이 났다. 집에 들어서는 나와 빠져나가는 동생 친구들이 분주하게 교차했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엄마랑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생이 부럽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그 마음보다 동생을 떼어놓고 친구들과 마음껏 다닐 수 있는 미술학원을 더 좋아했었다. 엄마에게는 나도 좋고, 동생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수업 준비를 하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엄마 역시 그 시간을 뿌듯해하며 즐기셨던 듯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유아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 엄마인데 꽤 많은 아이들이 우리 집에 찾아왔었다. 그때 우리 집은 아빠 회사의 사택단지 안에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서로 알고 지내는 관계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비용도 간식비 수준만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동생이 6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1년이란 시간 동안 운영된 것을 보면 엄마의 실력이 꽤 괜찮았었던 모양이다.
그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까칠하고 예민한 동생은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아이로 자랐다.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엄마에게 말했단다. 자신의 반이 학급비가 제일 빠르게 걷힌다고.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반장인 동생을 반 아이들이 너무 잘 따라서 그런 것 같다고.
자녀의 기질을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직접 해결의 장을 만든 엄마처럼 나 역시 예민한 딸을 위해 공동육아를 시작했으니 정말 피는 속일 수가 없나 보다. 엄마가 건넨 책을 보며 접힌 페이지와 그어진 밑줄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내가 지금 딸을 위해 어떤 것이 더 좋을지, 더 재미있을지 이런저런 놀이 주제를 찾는 것처럼 엄마도 나를 위해 그러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엄마의 노력으로 동생이 더불어 함께 사는 법을 아는 행복한 사람으로 자란 것처럼 예민하고 소심하다고 생각되는 내 딸 역시 그럴 것이라고.
회사일이 1년 중 제일 바쁜 시기. 점심도 후다닥, 화장실도 후다닥, 농담으로 숨 쉴 시간조차 없다고 말하고는 하는데 어김없이 내가 선생님이 되는 순서가 돌아왔다. 소홀히 할 수가 없었고, 고민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엄마의 고민이 듬뿍 담긴 오늘의 함께 놀이는 '무지개 물고기 만들기'이다.
'무지개 물고기' 책을 함께 읽고, 무지개 탐험 놀이를 하고, 무지개 물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집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신체 놀이인 무지개 탐험 놀이에 아이들은 신나게 반응했다. 무지개를 넘는 방법 역시 위로도 밑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며 상황에 맞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 미술 놀이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쉽게 함께 놀이를 떠나버리는 아이도 무지개 탐험 놀이만큼은 지치지 않고 끝까지 참여했다.
잠시 시간이 날 때마다 '엄마표 놀이' 검색을 거듭했고, 놀이법 관련 책을 찾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탐험놀이를 통해 찾아야 하는 색색 과일을 준비하느라 토요일에도 새벽같이 일어난 분주한 아침이었다. 함께 놀이를 준비하며 보낸 그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피곤함마저 기쁨이 된 선생님으로 너무 뿌듯한 수업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역시 아이들은 몸놀이를 좋아한다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집에서의 신체놀이가 쉽지는 않겠지만 방법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 함께 놀이는 이렇게 >
0) 준비물: 메탈 A4, 포스트잇처럼 뜯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카치테이프, 색색 포장끈,
8절 타공 도화지, 셀로판 종이, 다양한 과일 이미지, 색연필, 아이들 수만큼의 플라스틱 접시,
물고기를 꾸밀 색연필 등, 개인별 준비물은 칼
1) 선생님 사전 준비
- 과일 이미지를 모아 메탈 A4에 출력, 뒷면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여 모음판에 붙이기
- 집에 있는 의자, 미끄럼틀 등을 활용해 색색 포장끈을 묶기(아이들에게 장애물이 될 수 있도록)
2) 출석 부르고 '우리 모두 다 같이' 노래로 주의 환기
3) '무지개 물고기' 동화책 함께 읽기
4) 무지개 탐험 놀이
- 색색 끈으로 만들어진 무지개를 넘어 개인별 접시에 과일을 가득 채우는 놀이
- 출발점은 미끄럼틀
5) 가득 채운 과일로 무지개 물고기 만들기
- 엄마가 칼로 물고기에 구명을 내서 셀로판 종이를 활용해 주면 더욱 재미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