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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롭게 시작하다

나를 소개해요

by 여유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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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5명의 아이들로 시작했던 공동육아 모임은 중간에 1명이 추가로 합류해 6명으로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016년, 1명의 멤버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하게 되면서 멤버 충원 이야기가 나왔다. 모든 멤버가 매주 참여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3명 이상 참석하면 모임을 진행한다는 규정에 따라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6명 이상은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모아졌다. 이미 친해진 5명에 1명만 새로 들어오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고민이 되어 결국 우리는 2명의 아이를 추가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일은 쉽게 풀렸다. 한 친구가 다니는 어린이집 엄마들 중에 예전부터 우리 모임에 관심을 보여왔던 엄마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워킹맘에 외동아이를 키우는 상황도 우리와 맞았고, 일단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적응도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고. 그렇게 2명의 엄마와 2명의 아이가 새로운 구성원이 되었다.


새로운 가족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게다가 선생님은 내 차례. 고민이 되었다. 아이들 마음에도 엄마들 마음에도 들어야 하는데. 그리고 낯설지 않게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고민을 거듭했다. 출근길에 번쩍 떠오른 생각! 모든 첫 모임은 자기소개에서 시작된다는 것. 아이들에게 자기소개의 자리를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엄마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동물 등 이것저것을 알려달라고.

- 딸기, 시크릿 쥬쥬, 벨라, 루피, 트램펄린을 좋아한다는 아이.

- 뽀로로, 기차, 버스, 오예스, 사과를 좋아한다는 아이.

- 엘사, 핑크, 토끼, 야옹이, 멍멍이, 소피아를 좋아한다는 아이.

- 토끼, 공주님, 모든 캐릭터 중 핑크색 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아이.

- 폴리, 바나클 대장, 스테고사우르스, 경찰, 사과, 레고, 미역국을 좋아한다는 아이.

- 돌고래, 고래, 거북이, 경찰특공대, 자동차, 옥토넛, 껌을 좋아한다는 아이.

- 카봇, 콩순이, 초콜릿,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좋아한다는 아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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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들이 알려준 물건의 그림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추가로 찾아 많은 수의 그림을 출력했다. 그리고 색깔 동전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직접 골라 살 수 있는 우리만의 작은 시장을 열기로 한 것이다. 돈의 많고 적음까지 알려주기는 어려워서 동전 하나에 물건 하나라는 교환의 개념만 알려주기로 했다.


그림을 쫙 늘어놓으니 아이들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친구가 사갈까 조바심이 난 것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동전은 5개. 기다리는 것도 배워야 하고, 다른 친구가 사간 물건을 포기하는 것도 배워야 하고, 사고 싶은 물건이 많아도 그중에서 더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르는 방법도 배워야 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놀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삶을 사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하얀 도화지에 자신이 사 온 물건을 붙이고 자신의 이름을 꾸며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오늘의 최종 목표였다. 첫날부터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 낯선 마음에 엄마가 옆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기도 하고, 딴청도 피우고, 이리저리 숨기도 했지만 새로운 두 친구는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더 놀이에 잘 참여했고, 씩씩하게 자기소개도 했다. 든든한 엄마가 함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낯선 것은 아이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엄마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하지만 일곱 명의 엄마들이 모두 새로운 두 친구를 놀이에 참여하도록 다독이고, 응원하고, 칭찬하는 과정 중에 마음이 모아졌다. 하나의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본 경험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위했던 한 마음으로 새로운 엄마들도 금세 익숙하게 다가왔다. 그 날 화기애애했던 웃음과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2016년 3월, 우리는 일곱 명의 가족이 모여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




< 함께 놀이는 이렇게 >

0) 준비물: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 정보를 미리 취합해서 이미지 프린트, 아이들 이름을 적은 도화지,

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칼라 종이 동전, 색연필/ 색종이 등 꾸미는 도구, 개별 준비물은 풀

1) 시장에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 책 함께 읽기

2) 각자 가진 5개의 종이 동전으로 좋아하는 물건 구입하기

3) 좋아하는 물건들로 내 이름 꾸미기

4)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하기


* 앉은 순서대로 물건 구입을 진행하다 보니 뒤늦게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사지 못할 수도 있음. 순서 정하기 게임이 앞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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