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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을 모으다

by 여유수집가
20150627_113920_1476717925834.jpg 품앗이 친구를 만나러 가는 아이의 가벼운 발걸음


모든 일에는 결정적 계기가 있다.

주변 상황에는 다소 무심한 내가 공동육아를 하겠노라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에는

알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이 이유였다.


3살부터 다닌 어린이집.

1년도 아닌 2년이 지나고 5살이 되면서 다시 등원 거부가 시작됐다.

친구들도 모두 그대로이고

담임 선생님 한 명은 3살 때 담임,

또 다른 한 명은 4살 때 담임 선생님이었는데

아이는 한 달이 가까운 시간 동안 격렬하게 등원을 거부했다.


어린이집 주차장 바닥에 주저앉아 신발을 벗어던지고 집에 가겠노라 대성통곡,

차 안에서 내리지 않겠노라 대성통곡,

2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올라가는 계단까지도 괜찮다가 어린이집 문을 열자마자 대성통곡이었다.


등원 거부 기간이 길어지고, 거부 상태도 심해지자 고민이 되었다.

어린이집 생활 중에도 아빠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물론 추측 가는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년 동안 아이가 너무 좋아했던 담임 선생님이 어린이집을 그만두게 되신 것,

그리고 5살이 되면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었다.


짐작 가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걱정이 됐다.

그래서 찾아간 병원. 심리검사를 시도했으나,

평소에도 낯가림이 심한 아이가 제대로 검사에 임해 줄리 없었다.


병원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직접 답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공동육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할 구성원 모집이었다.


아이는 남편의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등하원의 주 담당자도 남편이어서 어린이집에서 구성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누구는 함께 하고 누구는 하지 않고 그런 문제를 야기할까 봐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의 집합에 도전하기로 했다.

네이버 지역 카페에 과감하게 모집공고를 올리기로 했다.

막상 작성하려고 보니 무반응이면 어쩌나 불안이 엄습해 예고편을 올렸다.


'워킹맘이고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공동육아를 고민하고 있다.

혹시 운영한다고 하면 관심이 있으신지?'

생각보다 덧글은 폭발적이었다.

나와 같이 외동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친구에 목말랐던 엄마들,

그리고 워킹맘이라서 쉽게 아이 친구를 만들어줄 수 없었던 엄마들이 많았던 것이다.


뜨거운 반응과 응원에 힘입어 예고편에 이은 본편을 올렸다.

그렇게 많이 고민했던 글이 있었을까. 그렇게 많이 퇴고했던 글이 있었을까.

워킹맘, 외동아이, 그리고 비슷한 나이대

게다가 만나기 쉬워야 하니 비슷한 거주지,

토요일마다 모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조건까지는 참 쉬웠는데

어떻게 나와 비슷한 육아관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선별할지가 고민이었다.


함께 그리고 느리게 가도 너그러이 지켜봐 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학습보다는 놀이가 중심이었으면 했다.

무엇보다 더불어 사는 법을 아이도 엄마도 함께 배우고 싶은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나타내는 방법을 '운영 가이드'에서 찾았다.




<운영 가이드>

- 아이들끼리 서로 다투거나 다치더라도 니탓 내탓이 아닌 함께 품어준다.

- 빠르게 가는 아이도, 느리게 가는 아이도 함께 맞춰가며 기다려 준다.

- 목표는 학습이 아니라 놀이. 아이들이 함께 즐겁게 놀게 하는데 집중한다.

- 아이도 중요하지만 엄마도 함께 즐거운 모임이 되도록 한다.



공고를 올린 지 24시간 만에 7명의 아이와 7명의 엄마가 함께 하는 모임이 결성되었다.

처음에는 6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1명 많은 것이 뭐 어떠랴.

신청한 7명 모두와 함께 하기로 했다. 누구를 빼야하는 고민이 더 어려우니까.


이제 아이의 사진 속에도 엄마, 아빠만이 아닌

개구쟁이 6명의 친구들이 함께 하겠다는 생각에 두근두근 설렌다.

이 시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그 실마리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 함께 행복한 시간을 채워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지역 까페에 올린 예고편 게시물]

'주말 품앗이 모임' 혹시 참여하실 분 계실까요? (운영 고민 중이라 여쭤봐요)


11년생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에 외동아이맘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둘째 계획도 없구요.

어린이집도 직장 어린이집을 다니다보니 동네 친구가 없네요.

내년부터 유치원을 보낼까 하고, 유치원은 동네로 보낼 계획이기는 하지만

그 때를 마냥 기다리기는 엄마직무유기라는 생각도 들구요.


아이가 여전히 낯가림이 심해서 더더욱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주말에 집에 있으면 저도 자꾸 나태해져 그냥 아이가 책 읽도록 내버려둔다는 생각도 들고,

소근육 발달이 느려서 이런저런 활동을 좀 해줘야 할텐데

잘 못하니 아이가 하기 싫어한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고

계속 고민만 하고 있네요.


####에서 품앗이 모임을 하시는 것을 보고,

그리고 지인들 중에도 품앗이 모임을 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모임과 시간을 만들어 주면 고민들이 많이 해결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한 번 실천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마음은 먹었으나 주말에만 시간이 있다보니 여러가지 제약 요소들이 마음에 걸립니다.


- 과연 주말에 품앗이 모임을 하면 참여할 사람들이 있을까?

- 주말에 여행이라도 가면 결석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를 어떻게 고려해야 할까?

- 바쁘다면 바쁜 워킹맘인데 내가 모임 발의를 하면 잘 운영될 수 있을까?

- 섬세한 성격도 아닌데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마음을 잘 조율해가며 해나갈 수 있을까?

- 주말에 남편은 뭐하지? 등등


고민만하다가는 제약요소만 걱정하다가는 절대 실천이 될 수 없겠다 생각이 들어

우선 첫번째 제약요소부터 정말 제약요소인지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하자고 하시는 분들이 전혀 없으며 다른 고민들은 아무 소용없는거잖아요.


그래서 무엇인가 추진하기 전에 의견을 여쭤보고자 합니다.

"주말에 품앗이 모임을 하면 참여하실 분 계실까요?

##동에서 하려하고 11년생 아이 또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본격적으로 기획을 한 번 해보려 합니다.

주말에 맞는 품앗이 모임 방식이 있겠지요~ ^^

대책없이 지르고 보는 성격이 이럴 때는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두근두근 긴장되네요 ㅠㅜ




[지역 까페에 올린 본편 게시물]

워킹맘과 함께하는 주말 품앗이 육아 모임에 함께 하실 분을 찾습니다!


아이와 아이, 아이와 엄마, 엄마와 엄마가

모두 함께 즐거울 수 있는 '품앗이 육아 모임'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관심있으신 분께서는 아래 상세 내용 확인 후 신청양식을 참고하셔서

덧글 또는 쪽지로 연락주시면 확인 후 답장 드리겠습니다.

* 제가 근무 중에 확인이 어려워 답장이 늦어질 수 있음은 양해부탁드려요!


□ 참여 대상 : 11년생, 12년생 아이(총 6명)와

함께 느리게 그리고 즐겁게 육아 모임에 참여하실 수 있는 워킹맘 (동생 동반 불가)

□ 모임 일시 : 매주 토요일 11시, ##동 인근

□ 첫 모임일 : 5월16일 토요일

□ 운영 가이드 :

- 아이들끼리 서로 다투거나 다치더라도 니탓 내탓이 아닌 함께 품어준다.

- 빠르게 가는 아이도, 느리게 가는 아이도 함께 맞춰가며 기다려 준다.

- 목표는 학습이 아니라 놀이. 아이들이 함께 즐겁게 놀게하는데 집중한다.

- 아이도 중요하지만 엄마도 함께 즐거운 모임이 되도록 한다.

□ 운영 방식 :

- 순번을 정해 주별로 1명의 엄마가 담당 선생님 및 그 주 당번이 된다.

- 주말 모임 특성상 아이 기준 3명 이상이 참석하면 모임을 운영한다.

- 무단으로 3회 이상 결석 또는 연속 4회 이상 결석 시 모임을 함께할 수 없다.

- 밴드를 개설, 모임과 관련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소통한다.


[신청 양식]

1. 아이 이름, 성별, 생년월일

2. 엄마 이름, 생년, 워킹맘 유무

3. 연락처

4. 사는 곳

5. 모임 신청 이유 및 각오


5월에 연휴가 많아서 시작일을 정하기가 어려웠네요.

미리 시간 비워두시라고 충분한 여유를 두고 시작일을 공지합니다.

다만 시작일이 멀기는 해서 어느 날 저녁에 사전 모임을 해볼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처음 참여하는 품앗이 육아이기에

부족함,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반드시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먼저 의견을 여쭤봤을 때,

전업맘께서도 10년생 자녀를 두신 분께서도 동생을 데리고 오셔야 하는 분께서도

참여하고 싶다고 반가운 의견을 주셨는데요.

저희 아이가 또래보다 조금 느린 등 여러 고민 끝에 참여 대상을 한정하게 되었네요.

분명 저를 보고 또 다른 분께서 용기내셔서 10년생 자녀, 전업맘, 동생도 함께의

모임이 생길것이라 생각합니다.


음... 이렇게 공지를 올렸는데 참여하실 분이 안계시면 어쩌죠? ;;

일단 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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