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똑딱 시계 만들기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했던가. 그럼 여자 아이의 마음은 무엇일까. 아침에 일어나며 토요일임을 확인한 아이는 공동육아는 언제 가느냐고, 오늘의 선생님은 누구냐고, 오늘은 친구 누가누가 오냐고 확인했던 아이였다. 그리고 내가 대답해주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오예"를 외치며 신나 하던 아이였다.
기분 좋은 아이와 함께 아침을 먹고, 아이는 잠시 EBS에 부탁한 뒤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다.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세탁기가 다 돌다 빨래를 넌다. 시간은 정말 휘리릭 흘러 이제는 외출 준비를 해야 할 시간. 내가 먼저 씻고, 옷을 갈아입고 그다음은 아이 차례다.
분명 기분이 좋았던 아이였다. 언제 나가느냐고 묻던 아이였다. EBS는 이미 KBS로 바뀌어 TV는 아빠 차지가 되었는데 아이는 옷을 갈아입지 않겠단다. 집에 있을 거란다. 이유를 모르겠다. 집안일을 한다고 같이 클레이하자는 부탁을 무시해서일까. 막무가내다. 자신은 나가지 않을 거란다.
처음에는 타일렀다. 아까 재미있겠다고 "오예"라고 외치지 않았느냐고. 친구들과 이모들이 기다릴 텐데 정말 가지 않을 거냐고. 싫다고 했잖아라며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나 역시 짜증을 내고 만다. 결국 화를 내고 만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며. 아이는 한바탕 눈물바람을 하고 난 뒤 마지못해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택시를 타고 모임 장소로 향하는 길. 이미 화해의 포옹으로 기분이 풀린 아이에게 화 대신 미안함이 자리한 내가 이야기한다. 엄마는 네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했었는데 갑자기 가기 싫다고 말해 당황했었다고. 갑자기 왜 가기 싫어졌는지 말해줄 수 있냐고.
아이는 말한다. 클레이가 하고 싶었다고. 아직 '왜'라는 질문에 정확하게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 아이가 '클레이'만은 분명하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아이는 그즈음 클레이 놀이를 굉장히 좋아했고, 특히 나와 함께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나는 부서 이동과 함께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부쩍 야근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아이는 공동육아가 있기 때문에 토요일만을 기다린 것이 아니다. 엄마와 함께 놀 수 있기 때문에 토요일을 기다린 것이다. 토요일이면 당연히 엄마랑 함께 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너무 쉽게 아이의 요청을 무시했다. 빨래를 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물론 빨래도 중요하다. 하지만 주중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으니 주말은 다른 무엇보다 아이에게 우선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빨래를 꼭 그 시간에 하고자 했음에는 공동육아 모임을 마치고 돌아와 낮잠을 자겠다는 계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를 위한 계산 말이다.
아이는 다시 엄마와 함께 나선 길을 좋아했다. 오늘의 함께 놀이인 '똑딱똑딱 시계 만들기'도 혼자서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숫자 스티커를 붙이는 작은 것 하나까지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물론 만들기에 서툰 아이의 도움 요청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내게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투정으로 들렸다.
DIY를 이용해본 첫 '함께 놀이'였다. 엄마표 미술을 위해 DIY 세트가 준비된 것이 많더라. 개별 개별 재료를 따로 구입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하나하나 작업을 해야 해서 힘든데 만들기 세트를 활용하니 어려운 시계 만들기도 척척 쉽게 할 수 있었다.
아직 시간을 개념을 잘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시계를 만들고 만든 시계를 활용해 퀴즈 놀이도 함께 했다. '3'하고 숫자를 말하면 만든 시계의 바늘을 움직여 '3시'를 만들어보는 놀이였다. 그리고 시계 카드를 활용해 몇 시인지도 함께 맞춰보았다. 몇 분까지 맞추는 것은 어려웠지만 몇 시에 대해서는 더러는 맞추고 더러는 어려워했다.
그리고 아이는 퀴즈 놀이 시간마저도 내 무릎에 딱 붙어 앉아 있었다. 몇 시의 질문에는 작은 소리로 답을 말하기도 하고, 모른다고 딴청을 부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잊지 말아야겠다. 공동육아의 시작은 엄마와 함께 노는 아이임을. 다른 누구보다 아이에게 엄마가 우선임을 말이다. 아이가 갈구하는 진한 사랑을 느끼며 마음 한편이 촉촉해진다.
몰론 아이는 뒤늦게 반성하며 애달아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함께 놀이'가 끝나자마자 장소 한편에 마련된 책으로 달려가 엄마를 찾지 않고 책과 친구들만 찾았다. 친구들 속에서 밝게 웃는 아이를 보며 오래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또 다른 갈대 같은 아이의 마음이 다행이라 생각됐다.
< 함께 놀이는 이렇게 >
0) 준비물: 시계만들기 DIY 세트(이지클락 만들기 SET), 숫자 카드, 시계 카드, (개별 준비물)목공풀
1) 시계 관련 동화책 함께 읽기
2) 엄마랑 함께 시계 만들기
3) 내가 만든 시계로 숫자 카드의 시간 표시해보기 ('시' 위주로, '분'은 어려워요)
4) 퀴즈 놀이 다음 지금 시간을 맞추고 건전지 끼워 움직이는 초침 살피기
5) 시계 카드 보며 시간 맞추기 퀴즈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