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탱이 엄마의 반성문

워킹맘의 일기

by 여유수집가

고등학교 시절, 학부모 상담을 위해 엄마가 학교에 왔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끝내고 일어서는데 뒤에 앉아 있던 선생님이 묻더란다. **엄마시냐고. 그렇다는 대답에 집에서 대체 몇 시까지 공부를 시키시냐고 하더란다. 수업 시간에 너무 잔다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에 오면 간식을 먹고 바로 자게 했는데 무슨 소리일까. 자러 들어가서 딴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엄마는 나를 추궁했다.


아침 보충수업 시간, 항상 졸고 있는 내게 선생님이 뒤로 나가서 수업을 들으라고 하셨다. 뒤로 나가서도 졸고 말았다. 선생님이 그냥 자리로 돌아가 자라고 체념하며 말씀하셨다. 일부러는 아니었다. 참아도 참아도 잠이 왔다. 시험을 볼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번 풀고 시간이 남아 다시 들여다볼 때면 어김없이 졸았다. 전날 밤샘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다. 시험시간마저 조느냐며 선생님들의 타박을 들었다. 그런 나의 별명은 잠탱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졸던 내가 야간자율학습 시간만 되면 눈이 반짝였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풀고 다시 또 풀어도, 싫어하는 영어를 붙잡고 단어를 외우고 외워도 졸리지 않았다. 물론 소설책을 읽고 만화책을 보고 편지를 쓰는 딴짓을 할 때는 더욱 신이 났다. 낮 시간에는 그 딴짓마저도 졸렸는데 말이다. 명백히 나는 저녁형 인간이다.


저녁형 인간이라고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5시 15분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하는 일상. 늘 잠이 고프다. 커피를 마시며 껌을 씹으며 때로는 메신저로 수다를 떨며 어찌어찌 버텨가는 시간들. 회사에서는 굳건한 의지가 통한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는 잘 통하지가 않더라. 절실하지 않아서일까. 아이가 이해해줄 거라 착각을 해서일까.


20170201_053233.jpg 미키의 클럽하우스 피규어. 물론 피규어가 없어도 역할놀이는 가능하다.

아이는 요즘 나와 보내는 80% 이상의 시간에 역할놀이를 한다. 나는 샤랄라 공주가 되기도 하고, 미니가 되기도 하고, 로사가 되기도 한다. 요즘 미키의 클럽하우스 역할놀이에 푹 빠져있는 아이. 전 날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미키의 클럽하우스 놀이를 하고 싶다며 나와 약속을 했다. 그리고 당일, 아이의 바람을 들어주는데 자꾸만 눈이 감기더라. 미키가 되어 투들스를 부르면서도 졸고 있는 나. 아이는 일어나야지라고 나를 깨운다.


몇 달 전만 해도 내가 낮잠을 자거나, 함께 놀다가 졸면 손으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짜증을 내던 아이가 이제는 조금 더 컸다고 부드러운 말로 나를 타이른다. 일어나라고. 눈을 뜨라고. 어서 이렇게 말을 하라며 손수 나의 대사까지 알려준다. 얼마나 나와 놀고 싶었으면 그럴까. 아이가 낮잠을 자면 나도 아이도 좋을 텐데. 낮잠을 같이 자자고 아이를 조르며 낮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탓했다.


연휴 뒤의 출근. 오전 내내 애써 잠을 깨우며, 아이 앞에서 꾸벅꾸벅 졸던 나를 떠올렸다. 왜 아이에게는 아이 탓을 하며 내 잠을 깨우려고는 하지 않았을까. 늘 부족한 엄마는 또 이렇게 반성하며 미키의 클럽하우스 어떤 편을 새로 만들어 아이를 즐겁게 해줄까를 고민한다. 퇴근 후 저녁에는 졸지 않을 테니 신나게 놀아주겠노라 다짐하면서.



+ 덧.

지금까지 미키의 클럽하우스 놀이는 '미니가 아파요'. '친구들과 소풍을 가요', '유치원에 가요' 편을 반복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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