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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커서 받은 오해

by 여유수집가

180cm 남자와 158cm 여자가 만나 결혼했다. 이들 딸의 적정 키는 얼마일까? 생긴 건 아빠 닮았는데 키는 엄마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던 딸은 어느 순간 키도 아빠를 닮아가며 나를 추월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그녀의 키는 163c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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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과 택시를 탔다. 아무리 급하게 나왔기로서니 머리는 빗질 흔적 없이 엉망이길래 택시에 오르자마자 잔소리를 했다. 사춘기 딸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을 리가 없지. 머리를 빗었노라 우기며 바람 탓을 하는 딸에게 빗은 머리는 이럴 수 없다며 타박하는데 룸미러로 기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의아한 눈빛이었다.


"왜 그러세요?"

"엄마랑 딸이신 거죠?"

"네, 그런데요."

"아, 처음에 직장 동료로 봐서요."


딸이 나보다 키도 덩치도 크지만 서른 살 차이인데 동료라니! 뽀송뽀송 내 눈에는 아직 어리기만 한 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기사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엄마 시선이 느껴지는지 안 느껴지는지. 헤드폰을 쓴 딸은 핸드폰에 빠져 헤실거리기만 했다.


택시에 내려 팔짱을 끼며 내게 달라붙은 딸이 말했다.


"엄마, 아까 기사님이 엄마 동안이라 그런 거지? 엄마가 동안이라서 난 좋아."

"왜? 엄만 안 좋아. 엄마가 엄마처럼 보여야지."

"아니야. 동안처럼 보이니까 동안답게 더 오래 살 거야."


기사님 말을 못 들은 줄 알았는데 다 듣고 하는 소리였다. 헤드폰을 썼다가 벗은 딸의 머리는 여전히 부스스했지만 잔소리 대신 이번에는 사랑을 말했다.


"그래, 엄마 오래오래 살아 볼게."


여기서 끝냈으면 서로 꼭 붙은 채로 생글생글 웃으며 훈훈한 마무릴가 됐을 텐데. 앞서가는 걱정은 기어이 한 문장을 더 꺼내게 했다.


"선유가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스트레스가 줄어서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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