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첫 놀이를 함께하다

종이컵과 떠나는 우주여행

by 여유수집가
BandPhoto_2016_10_19_23_47_41_1476888508457.jpg


엄마들과 처음 만나러 가는 길.

사실 내 마음속에는 하나의 숙제가 계속 맴돌고 있었다.

아이들과 첫 놀이를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무엇인가 내가 먼저 주제를 던져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뭐 숙제는 끝내지 못해서 더 매력적인 것 아니던가.


까페로 가는 길, 스마트폰 검색 신공을 발휘해봤지만

딱 이거다 하는 주제를 정하지는 못했다.

종이컵, 물감, 휴지심, 풍선 등등등

엄마표 놀이로 검색을 하며 여러 가지 아이템을 마음에 두었을 뿐이었다.


"첫 놀이는 뭐로 할까요? 종이컵이랑 좀 찾아보기는 했는데"

이 한 마디에 종이컵으로 결정.

쌓기를 해도 되고 농구 놀이를 해도 되고 다양하게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고민도 결정도 짧았기 때문일까. 무엇인가 부족한 듯했다.


다시 또 출퇴근길 검색 신공 발휘.

종이컵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다 찾아본 듯하다.

종이컵 나비 만들기, 종이컵 문어 만들기, 종이컵 농구, 종이컵 허들 넘기 등

종이컵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무궁무진했다.


그 많은 놀이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종이컵 로켓 만들기'였다.

로켓 만들기를 주 놀이로 하고

종이컵 탑 쌓기와 종이컵 농구는 번외 놀이로 준비하기로 했다.


딸이 꾸민 로켓과 미리 만들어둔 발사체

그렇게 결정된 첫 놀이의 제목은

"종이컵과 떠나는 우주여행".

놀이 주제가 결정되고 나니 그다음은 다 쉬웠다.


보통 8시가 넘어서 느긋하게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시간에 기상을 하고,

아이들이 직접 하기 힘든 발사체를 미리 만들고, 청소를 하고.

피곤하다면 피곤할 수 있고 번거롭다면 번거로울 수 있는 일들도

거뜬하게 가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더라.

게다가 공동육아를 적극 지지하는 남편의 도움으로

청소는 후다닥 마칠 수 있었고 말이다.


첫 함께 놀이에는 모두 4명의 아이와 4명의 엄마가 모였다.

처음 7명의 아이들로 출발을 했는데

사전 모임에 나오지 못하신 두 분이 사정상 공동육아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하시면서

최종 구성원은 5명이 되었고,

1명은 집안 행사로 인해 참석하지를 못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선생님 ##엄마 @@입니다."

내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해야 한다는 것도 쑥스럽고,

아이들의 맑은 눈빛 하나하나 잘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부담이 되었지만

역시나 나 혼자가 아니고 다른 엄마들도 함께이기에 불끈 용기가 생겼다.


놀이 주제를 듣고 따로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집에 있던 우주 이야기 책을 챙겨 온 엄마,

로켓 꾸미기를 할 때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옆에서 챙겨주는 엄마,

아이들이 장난감을 찾고 잠시 딴청을 피울 때마다 주위를 전환시켜주는 엄마,

설명이 막혀서 헤매는 내 이야기를 거들어 주는 엄마,

사실 나 혼자가 아닌 엄마들 모두 함께 선생님이 되는 시간이었다.


BandPhoto_2016_10_19_23_46_31_1476888508633.jpg

기대는 금물. 아이들의 집중력은 예상보다도 훨씬 짧아 놀이는 30분 만에 끝이 났다.

그래도 뽀로로 친구들을 우주로 보내겠다며 숨을 꿀꺽 삼켰다 뱉으며 애를 쓰기도 하고,

마냥 까르르 웃기도 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내 마음에 남아 뿌듯한 시간이었다.

함께 점심을 먹고, 놀이터에서 1시간 남짓 놀고 헤어지는 것으로 우리의 첫 놀이는 마무리 되었다.


역시! 잘했다.

용기 낸 내가 스스로 참 대견한 시간이었다.

아직은 낯설어하며 내 뒤로 숨으며 부끄러워하는 아이도

이제 곧 큰 소리로 이모와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 올 것이다.

느려도 좋다. 기다리면 되니까.

천천히 가도 좋다. 멈추지 않으면 되니까.

그렇게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며 함께 갈 수 있는 공동육아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 함께 놀이는 이렇게! >

0) 준비물 : 종이컵, 큰 빨대, 발사체 축 (추천은 면봉, 내가 사용한 것은 작은 빨대),

발사체 주인공을 만들기 위한 도화지와 스티커,

로켓 꾸미기용 스티커 / 색연필 / 크레파스 등

1) 출석 부르고 인사하기

2) 우주 이야기가 나오는 책 읽기

3) 나만의 종이컵 로켓 만들기

4) 종이컵 로켓 발사놀이

5) 우주까지 종이컵 쌓기

6) 우주로 날리는 종이컵 : 종이컵 농구


< 조금 더 필요했던 것! >

* 로켓 발사체를 만들 때 이런 점이 아쉬웠어요!

면봉을 사용하면 좋다고 하는데

집에 있던 면봉이 빨대 대비 두꺼워서 발사가 안되는 사태가...

그래서 요구르트용 작은 빨대를 이용했어요.

바람이 휙~ 통과해버리지 않도록 빨대 끝을 조금 접어 테이프로 붙여서 꾸몄네요.


* 종이컵 탑 쌓기도, 종이컵 농구도 모두 시범이 먼저 필요했어요.

종이컵을 모두 한 번에 풀어놓으니 쌓지도 않고 던지지도 않고

처음에는 그저 마구 엉클기만 하더라구요.

뭐 엉클면서도 아이들은 까르르 신나했지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 모임을 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