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과 스위스 일주일
작년 9월, 마음이 초조했다. 1년 뒤인 추석 황금연휴의 마일리지 항공권을 득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나 열릴까 저제나 열릴까. 매일매일 생각이 날 때마다 항공사 사이트에 접속했다. 하지만 신의 손만 득템 한다는 그 어려운 초단위 경쟁에 내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같은 날짜에 제 값을 주고 항공권을 구입하려니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성수기 직전인 7월 초. 그냥 5일 연차를 내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작년 11월, 스위스 항공권을 구입했다.
일곱살 딸. 이제는 조금 긴 비행에 도전해도 될 것 같았다. 유럽을 사랑하는 엄마, 산을 좋아하는 아빠의 취향 교집합을 찾아 우리는 목적지를 스위스로 정했다. 10시간 넘는 비행은 처음인 일곱살에게 경유는 무리일터. 취리히로 가는 직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비싼 비행기 삯을 내고 멀리 가는데 다른 나라도 함께 보면 좋지 않겠느냐고들 했지만 그동안 느린 여행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한 우리는 스위스만을 고집했다.
여행의 시작은 여행 준비부터라고 했다. 항공권 구입으로 시작된 여행. 출근길, 퇴근길, 심어지는 화장실에서도 스위스 여행 후기를 검색했다. 가고 싶은 곳은 캡처와 북마크. 알면 알수록 일주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 달 남짓을 보내며 여행 루트를 완성했다. 그동안 메모해둔 장소로 목록을 만든 뒤 가고 싶은 정도에 따라 별점을 매겼다. 별 5개 장소를 지도에 표기하고, 동선을 고려해 몇 군데를 빼고 나니 여행 루트가 완성됐다.
이제는 루트에 맞춰 숙소를 예약할 시간. 저녁에 도착하는 취리히에서 1박, 루체른에서 2박, 그린델발트에서 3박, 체르마트에서 1박이었다. 도시별 숙소 리스트를 만들고 장단점과 가격을 비교해 숙소 예약을 끝낸 것이 2월. 이제는 세부 여행 일정을 수립하는 일이 남았다. 헤매는 것도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나와, 헤매는 것은 고생이라고 생각하며 패키지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의 각기 다른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패키지 수준으로 자유여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디테일까지 모조리 담아서 나만의 가이드북을 만든 것이다.
특히 이동 동선을 꼼꼼하게 챙기고, 날씨에 따른 플랜 B까지 수립했다. 스위스는 원체 철도, 유람선 등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SBB라는 무적의 앱도 있어 그리 걱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역을 찾고,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도 선착장을 찾아야 하니 그런 헤맴 방지 요소들을 꼼꼼하게 챙겼다. 물론 길 찾기 역시 무적의 구글맵스가 있어 편리했다. 표지판의 길 이름과 지도 위의 길 이름을 비교하며 하나하나 따져야 하던 길 찾기는 이제 옛 일이 되어버렸다. GPS는 알아서 내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까지 걷는 움직임 하나하나를 파악하는 자유여행 최적의 시대가 된 것이다.
3월부터 6월까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가이드 북을 만들었다. 쭉 이어서 만든 것이 아니기에 전체 일정 개요를 놓치기도 했다. 플랜 B도 곳곳에 섞여 있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떠나기 일주일 전에는 그동안 만든 가이드북을 한 번 쭉 훑어보며, 하고 싶은 것 우선 순위 중심으로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 사전 여행 준비를 마쳤다. 이런 것까지 기록해야 할까 귀찮은 때도 있었고, 왜 나만 이렇게 정보를 찾고 정리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여행을 미리 예상하는 설렘을 누리고, 내 마음대로 일정을 정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행복한 특권이었다.
2016년 9월부터 시작된 스위스 앓이! 2017년 7월, 드디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