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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차, 화려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 세화 벨롱장

뚜벅이 엄마랑 제주한달

by 여유수집가

오늘은 뚜벅이 신분에서 탈출이다. 어제 서울에서 제주로 퇴근한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 노선 고려하지 않고, 버스 시간 고려하지 않고 가고 싶은 목적지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오늘. 아껴두었던 관광지를 찾기로 했다. 남편 역시 뚜벅이로 돌아다닌 내가 안쓰러웠는지 오늘은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가겠단다.


불빛이 멀리서 번쩍이는 모양. 그 이름처럼 토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까지 반짝 나타났나 사라지는 세화 벨롱장에 가기로 했다. 예쁜 수제품이 모이는 플리마켓으로 꼭 한 번 가고 싶었다. 거기에 새화해변의 아름다운 모습도 두 눈에 담을 수 있으니 더 좋지 아니한가.


한 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세화해변. 어디인지 애써 찾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요한 해변 한편에 사람들의 소란스런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길게 늘어선 장터. 좌판 하나하나 매력적인 개성을 드러내고 있어 놓칠 수 없었다. 남편은 아이에게 맡기고 구경 삼매경이다.


사람의 손길이 넘치게 닿은 물건들. 비싸다 싸다의 개념은 이미 사라졌다. 모두 다 살 수 없음의 아쉬움이 나를 고민하게 했다. 신중하게 고른 몇 개의 물건을 기분 좋게 들고 새화해변으로 발길을 옮겼다. 왜 반짝 나타났나 사라지는 마법의 장터인지 알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그것도 매일매일 열린다면 아쉬움이 이렇게 크게 남지 않을 테고, 관광객 발길을 여기에만 묶어 두는 것이 제주를 위해 좋지 않음을 셀러들 모두 알고 있음일 거다.


까페 '로빙화'에서 바라보는 바다

가득한 구름이 해를 가리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다. 이럴 때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카페에서 바라보기. 커피를 앞에 두고 새화해변을 보고 또 본다. 오랜만에 보는 아빠. 아이는 내 옆이 아닌 아빠 옆에 딱 자리를 자고 앉아 내게 바다를 마음껏 바라볼 자유를 허락한다. 주중은 엄마 껌딱지, 주말은 아빠 껌딱지. 좋으다. 좋으다.


자락펜션 앞 마당
자락펜션에서의 저녁 메뉴

다음 주 한 주간 먹을 것도 사야 하고 저녁 초대를 위해 장을 보러 갔다. 제주 서쪽 끝 자락펜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자락펜션은 고산에 위치하고 있는데 고산은 제주에서도 바람이 가장 센 지역이라고 한다. 이제는 완연한 가을바람에 반팔로 간 우리 부부를 위해 주인 부부는 겉옷을 챙겨주신다. 포기할 수 없는 제주의 가을바람. 겉옷을 입고 밖에 앉아 고기와 전복을 구워 먹었다.


하이디와 주인집 아들, 다섯살 동생은 함께 놀고 어른들은 제주의 삶을 이야기한다. 고요한 삶을 지향한다는 이들. 신공항이 이 쪽에 생겼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에 그러면 이사를 갔을 거란다. 그래, 신공항이 생기면 땅 값이 오르고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육지사람 생각이다. 고요하게 살기 위해 제주에 왔는데 마음의 넉넉함을 우선시하는 것은 제주사람의 생각이고.


육지사람이 제주사람을 만나 손에 담긴 정성을 사고, 고요가 주는 평온함을 느낀다. 정성과 평온의 귀함.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매일 느끼는 삶. 그것이 바로 제주의 삶이다.



* 벨롱장에서 고심 끝에 고른 물건

애주가 부부의 선택, 제주가 담긴 술잔
아이의 선택, 발링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손뜨개 인형
엄마의 선택, 제주스러운 배기 몸빼 바지와 별이 포인트인 팔찌
아빠의 선택, 제주에 올 때마다 책상 연필꽂이에 꽂아두겠다는 휴가중 팻말과 조개껍질이 포인트인 책갈피



<일곱살 하이디의 일기>

아빠랑 노래 부르다 잠든 하이디는 오늘도 휴재 ^^




<뚜벅이 이동 경로>

오늘은 주말아빠덕분에 뚜벅이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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