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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 갈 곳이 오리무중?

삐약 병아리 집사 14

by 달빛서재

오리알을 구입한 업체는 경북 구미시에 있었다.

차로 간다면 대략 3시간가량 걸렸다.

구미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왕복 총 6시간이었다.

그 긴 시간을 차에서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이

찌뿌둥하고 어지러웠다.


"너무 오래 걸리네. 거기까지 데려다주는 건 어렵겠다."


장시간 차를 탈 자신이 없던 나는

그냥 근처로 알아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주말마다 종종 놀러 가던,

집과 가까운 동물농장에 전화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오리 3마리를 집에서 부화를 시켰어

요. 그런데 아파트에서 더 키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혹시 농장에서 키워주실 수 있을까요?"


예쁘게 부화시킨 건강하고 예쁜 오리를 세 마리나

그냥 드린다는 데 당연히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폰너머로 느껴지는 건

난처함과 망설이는 느릿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곧이어 거절 의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근처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학교 내에서 동물들을 키우시니

그쪽에 한번 문의해 보신다고 하셨다.


'그래, 아이들이 많은 초등학교에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사는 생활괜찮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실낱같은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희망은 이내 사라졌다.

이미 관리하는 동물들이 너무 많아서

그쪽도 오리 삼총사가 갈 자리는 없다는

거절의 답이 돌아왔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설마 한 군데도 없진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근처 몇 군데에 더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결과는 같았다.

갈수록 점점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일이었다.

애지중지 키워온 오리 삼총사가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된 상황이라니...


"어쩌지? 그냥 우리가 키울까?"


하지만 그 무렵 신랑은 유난히 자주 팔을 긁으며 가려움을 호

소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오리알을 구입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까지 오시려면 너무 멀기도 하고 힘드시니까 그냥 택배

박스에 넣어서 보내주세요. 택배 부칠 때 전화를 주시면 제가

도착 시간에 맞춰서 박스를 찾아갈게요."


'오리를 택배로 부친다고?'


그런 경우도 있는지 의아하고 놀랐다.

그런데 실제로 키우던 오리를 그렇게 보내주시는 분들이

제법 있다는 이야기였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아무래도 그게 좋겠다 싶어

아이에게 의견을 물었다.


"오리들을 박스에 담아서 보내면 된다는데?"


아이는 말을 듣자마자 난감해하며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오리들이 캄캄하고 좁은 택배박스 안에서

얼마나 무섭고 스트레스를 받겠어? 그건 절대 안 되지!

당연히 우리가 데려다주는 거야!"


맞는 말이다.

그 명쾌하게 정해진 답을 난 왜 그리도 오래 고민했을까?!

이대로라면 오리 집사 실격이다.

놀라지 마세요! 아주 편하게 자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리 삼총사가 스스로 한줄서기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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