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이야기 공방1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선생님께 배웠다며
양말목으로 만든 작은 티코스터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양말목과 짝꿍이 되는 시작점이 되었다.
색색깔 양말목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매력에 푹 빠진 딸아이는
양말목을 색깔별로 주문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택배가 도착한 그날부터
양말목 상자와 단짝 친구처럼 붙어 앉았다.
아이의 무아지경 양말목 공예가 시작되었다.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는 그 시간들은
딸아이에게 재미있는 놀이이자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그러다 내 생일이 다가올 즈음 딸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호기롭게 말했다.
"엄마 생일 선물 양말목으로 만들어줄게."
'어떤 선물일까? 물어볼까?'
기대감과 궁금증이 한가득이었지만
생일날까지 꾹 참기로 결정한다.
딸아이에게 받을 서프라이즈 한 선물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기 위함이다.
문득 내 깊은 생각의 호수 저 어딘가에서
천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기억 속의 생일날이 있었다.
그날은 우리 엄마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살던 아파트는
우리가 커가며 점점 이런저런 물건들과
살림살이들이 늘어만 갔고
엄마는 집에 기둥을 허물어 공간을 더 확보하면서
장판과 도배를 새로 하는 공사를 하기로 결정하셨다.
공사는 제법 여러 날이 걸려 진행되었고
집은 깔끔하고 깨끗하게 단장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정도가 지났던 걸로 기억한다.
생일날 우리는 엄마에게
작은 이벤트 겸 멋진 선물을 드리고 싶었나 보다.
언니와 남동생과 함께 의논하여
야심 차게 불꽃놀이를 하는 폭죽을 샀다.
그리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케이크에 불을 켜는 것과 동시에
폭죽에도 함께 불을 붙였다.
"엄마 생일 축하해!"
외치며 한껏 신난 얼굴로
서프라이즈 한 우리의 이벤트에 보일
엄마의 즐거운 반응을 기대한다.
우리가 손에 손에 들고 있던 불꽃은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반짝이는 불꽃을 감상할 우아한 여유는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말았다.
위로 솟구쳐 오른 아름다운 불꽃은
물방울처럼 흩어지며
순식간에 방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바닥에 뚫린 작은 구멍들과 함께
깜짝 놀란 얼굴들,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울상이 되어 엄마의 표정을 살피는 우리를 보며
엄마는 쌩긋 웃으며 태연한 듯 이야기했다.
"괜찮아. 축하해 줘서 고마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이제 막 새색시처럼 예쁘게 단장한 장판의 뽀얀 얼굴에
수박씨를 군데군데 뻗어놓은 듯한 우스운 모습에
그 후로 한동안 장판을 발로 디딜 때마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실실 웃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쓰라리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내 나이 40살을 훌쩍 넘긴 지금
그날의 아찔했던 해프닝을 떠올리며
엄마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생일날 딸아이가 선물해 준
양말목 가방과 지갑을 보니
마음이 봄날처럼 포근해진다.
그날의 맑은 바람 같던 엄마를 회상하며
내 아이를 대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