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등급 시설급여의 이용
- 요양원 입소
계속 돌봄이 필요한 치매 어르신의 경우 증상이 악화되거나 보호자가 직접 돌봄을 담당할 수 없을 때 요양원 입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요양원 선택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르신의 입장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24시간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족과 함께 지내거나 홀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요양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요양원의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고 서비스의 질도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치과에 계속 다녀야 했던 이모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께 치과에서 들은 주의사항을 알려드렸더니 보호자였던 저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물론 가족하고 같이 살지 못하는 단점은 있지만, 위생이나 식사는 집에서보다 더 잘하고 계실 거예요. 김XX 어르신께서 이 닦는 것을 싫어하셔도 저희가 부드럽게 달래 가면서 매일 잘 닦고 있어요. 식사도 스스로 하시도록 도와드리지만, 혹시라도 어려우면 저희가 떠서 드리고 섭취하는 음식량도 잘 보고 있습니다. 약도 놓치지 않고 잘 드시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히 요양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습니다. 신체와 인지능력이 감소한 어르신이 낯선 환경에서 공동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입소 후 한두 달 잠을 잘 못 주무신다거나 가족을 찾는다고 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모셔 오게 된다면 적응 기간만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무작정 가지 말라고 하지는 않겠죠. 설명도 하고, 설득도 하고, 분리불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입니다. 어린이와 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르신의 경우에도 보호자의 분리불안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엄마의 경도인지장애가 조금 더 진행되어서 더 이상 외할머니 돌봄을 할 수 없었고 방문요양을 받았지만 외할머니께서 혼자 계실 때 넘어지신 적이 있어서 요양원 입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께서 입소에 대해 자세히 여러 번 설명을 해드리고 외할머니께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참 잘되었다고 하셨는데 막상 입소하신 후에는 밤에 잠을 주무시지 못하고 가족과 지갑을 찾는다고 하셨습니다. 애들이 내가 여기 있는 걸 모르니 전화를 걸어달라고도 하셨습니다. 귀가 안 들리셔서 목소리가 커지시니 요양원에 계시는 다른 어르신들도 잠을 설치신다고 했습니다. 요양원의 담당 간호사께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하셨습니다. 보호자가 동의한다면 계약의사를 통해서 처방받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들어가시자마자 수면제를 드시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이해했습니다.
“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구매했던 저용량 멜라토닌이 있는데 그걸 드셔보면 어떨까요? 예전에 신경과 전문의께서 엄마께 권했던 적도 있어요. 입소하기 전에 우리 집에서 주무실 때는 잠을 잘 주무셨거든요. 만성적인 것이 아니고 요양원 입소로 불안하신 것 같으니 조금 더 지켜봐도 괜찮을까요?”
담당 간호사도 좋다고 했고, 미니 가족 사진첩과 지갑도 가져다드렸습니다. 지갑에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넣었습니다. 요양원 복지사가 현금을 돌려주려는 것을 외할머니께서 돈이 없으셔서 불안하신 것 같으니 잃어버려도 괜찮다고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복지사는 다른 보호자들이 가짜 돈을 드린다고 귀뜸해 주었습니다. 다행히 외할머니께서는 이후에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
- 요양원 선택 기준
일반적으로 특수한 재활 등의 목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요구되는 조건 (장기요양등급, 공동생활 가능)은 비슷하고 지원되는 서비스의 종류도 비슷합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인가를 받기 위한 조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위치나 분위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사립요양원이 공립요양원보다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저비용은 병원비용처럼 수가가 정해져 있어서 비용 구조는 동일하고 식사재료비의 편차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금액이 줄어드는 경감대상자가 아니라면 다인실 이용 할 때 금액은 90만원을 조금 상회합니다.
[장기요양보험 수가] 단위: 원/1일
[월 최저 요양원 비용 (95만 ~ 110만 원 정도) = 등급별 개인 분담금 (47만 ~55만) + 식사재료비 (약 45만) + 간식비 (약 10만) ]
이 비용은 일반 대상자 기준이고 경감 대상자는 본인 부담 액수가 달라집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경감대상자는 비용 부담 없이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 분담금이 경감되고 나머지 비용도 지자체에서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주민센터 복지과 등에서 문의하면 될 것입니다.
최저비용 이외에 1인실이나 2인실을 이용하는 경우 상급침실사용료(월 60만~300만)가 발생하는데 프리미엄 요양원의 경우는 1인실이나 2인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급침실사용료는 정해져있지 않아서 요양원 사이트를 확인하거나 직접 문의하여야 합니다.
국가보조를 전혀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설요양원들도 있지만, 그 요양원들은 이 글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제가 사이트에서 확인한 한 프리미엄 요양원 경우 장기요양급여대상자인 경우에 월 350~361만원 정도이고 등급을 받지 않고 국가 보조 없이 생활하는 경우 대략 월 600~1,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요양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평가한 요양원의 등급을 확인하면 됩니다. 1~5 등급까지 평가하는데 1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 건강보험의 장기 요양기관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지역의 모든 요양기관 목록이 나타나고 평가 등급과 대기 현황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합니다. 직원의 근속현황이나 시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longtermcare.or.kr/npbs/r/a/201/selectLtcoSrch.web?menuId=npe0000000650&zoomSize=
대부분 전화나 온라인상에서 대기 신청이 가능하고 입소가 가까워졌을 때 연락해서 상담하는 시스템이므로 미리미리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국민건강보험의 서울요양원의 경우에 1,500명 정도가 4~5년 대기한다고 하였는데, 인기 있는 사립요양원의 대기기간도 긴 경우도 많습니다. 등급과 위치가 좋은 요양원이라면 대부분 바로 입소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등급이 높은 요양원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20여 년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는 지인은 등급이 높지 않은 요양원을 계속 이용하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는 국가 지원도 없었고 요양원 자체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어머니께서 집 같은 환경에서 지내시길 원해서 고른 요양원입니다. 원래는 서울 외곽에 있었던 마당이 있는 주택을 개조한 공동생활 가정이어요. 장소를 임대하는 요양원이라 서울 집값이 비싸지면서 몇 번 이사를 하고 지금은 서울 근교에 있습니다.
사실 위생 등의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고 운영도 주먹구구식입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 입소한 어르신 한 분 한 분 진심으로 책임감을 가지시는 것이 느껴져요. 중간에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않으면 요양원을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는데, 당시는 치매 어르신들은 등급이 안 나왔어요. 그때도 원장님께서 개인적으로 방법을 찾으시고 애써주셔서 겨우 힘든 시간이 지나갔어요.
초기 치매로 들어가셨는데 지금은 1등급으로 비위관으로 영양을 섭취하고 거동이 어려우십니다. 그런데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 욕창이 한 번도 생기지 않았어요. 오히려 폐렴으로 1~2주 일반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생긴 적이 있었죠. 제일 좋은 요양원이 아닐지는 몰라도 저의 개인적인 어려움까지도 헤아려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뭐든지 해주실 수 있는 건 해주시려고 한달까요.”
그런데 이렇게 유연하게 요양원을 운영하면 당연히 서비스의 제공과 이용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는 평가는 제대로 받을 수가 없습니다. 유연하다는 것은 원칙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 국공립요양원 vs 사립요양원
이전 포스트에서 이모께서 국공립요양원에 계실 때 문제행동으로 어려웠던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lucidveil/19) 그때 공립, 사립 요양원 모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복지사께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복지사니까 요양원 입장도 이해가 가고, 보호자 입장도 이해가 가요. 대학병원의 전문의는 어르신을 위해서 약을 세게 쓰면 안 된다고 하셨지만, 사실 요양원에서는 여러 어르신이 같이 있는데 문제 행동을 많이 일으키는 어르신이 있으시면 모든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해요. 국공립요양원에서 약을 증량하거나 밖에서 약을 조절해서 들어오라고 하는 건 내부적으로 처방이 없는 약의 투약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서 그렇거든요. 사립요양원의 경우는 공공연히 계약 의사 처방 등을 통해서 알아서 투약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양병원이 제일 위험하죠. 처방과 투약이 내부적으로 가능하니까요. 요양병원에 계신다면 어르신이 복용하는 약을 보호자가 계속 확인해야 해요.”
물론 4년도 넘게 된 이야기이니 이제는 사립요양원이나 요양병원도 많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이모께서 사설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집에 며칠 지내러 오실 때 생각이 났습니다. 막 요양병원에서 나오실 때는 항상 멍하시고 대화가 되지 않다가도 며칠 지나면 생생해지셔서 가족을 만나는 기쁨인가 싶었는데 다시 보니 요양병원에서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투약하는 약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투명한 소통과 업무처리가 좋은 요양기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업무가 원칙대로 처리되는 국공립요양원이 좋은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우선 지자체에서 하는 요양원의 경우는 해당 지자체의 거주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보호자에게도 영향이 있는 것들도 많습니다. 일례로 국공립요양원의 경우 약의 처방은 꼭 보호자가 어르신을 모시고 외부에 있는 병원에서 받아야 하고, 하루에 먹을 약을 아침/점심/저녁 나누어 A4 용지에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예방 접종 등의 동의를 받을 때도 전화로 처리할 수 없고 보호자가 직접 요양원을 방문하여 서명하여야 합니다.
이에 비해 외할머니가 계신 사립요양원은 계약 의사를 통해 처방받은 약을 요양원에서 대신 구매해주고 약국이 저에게 보낸 내역과 명세가 포함된 영수증을 확인하고 입금을 하면 됩니다. 보호자에게는 수월한 면이 있지요. 외할머니께서 대상포진에 걸리셨는데 제가 엄마의 다른 질병으로 바쁠 때라 저와 상의하여 수액도 맞고 원칙적으로는 보호자가 가야 하지만 외할머니를 병원에 대신 모시고 가서 주사도 맞고 왔습니다. 이곳도 평가 1등급이고 1년 쯤 대기하였습니다. 각 기관의 장단점이 있죠.
사립요양원에 입소한 지 반년 쯤 지나 4년 정도 대기 중이던 국공립요양원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이미 외할머니께서 요양원에 적응을 잘 하신 이후여서 입소를 포기했는데, 후회는 없습니다. 엄마는 아직 요양원을 알아보고 있지는 않지만, 나중에는 대기 기간을 염두에 두고 가장 가깝고 분위기가 밝고 편안한 곳을 고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