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

by 솔바람

-요양원 vs 요양병원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혼동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렇지만 직접 방문하고 제공되는 서비스를 살펴보면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요양원은 보살핌이 목적인 주거시설이고 요양병원은 치료시설입니다.


저는 요양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르신의 상태와 기관의 시설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요양병원에 입원이 가능하더라도 거동이 가능한 치매 어르신의 경우는 병원보다는 주거를 위한 형태가 더 적합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대한치매학회 사이트에도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어서 외래진료나 약물 복용만으로 유지 가능하고 환자 증상이 고착화되어서 전문 재활이 필요하지 않다면 요양원이 적합하리라 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비용에서 차이가 큽니다. 요양병원에서 개인 간병을 이용하는 경우는 간병비만 월 400만 원 정도입니다. 공동 간병의 경우는 요양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주로 [개인 간병비÷담당하는 환자 인원수]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비교]


그런데 요양원에 입소하지 못하여서 요양병원으로 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째,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해서입니다. 혼자 계실 수 없는 어르신이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하셨다면 요양병원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개별 간병인이 필요 없는 정도라면 비용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요양병원은 위치와 시설에 따라서 비용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았습니다. 보통 사이트에 비용 정보가 나와 있지 않으므로 담당자와 통화를 하여 최저 비용, 평균 비용, 비용에 포함된 명세를 질문하면 됩니다. 이모께서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하셨을 때 지방에 있는 요양병원을 이용하신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 요양병원의 경우는 상태가 중하지 않은 어르신이 많으시고, 서울의 요양원보다도 더 공간이 여유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둘째는 치매나 기타 중대 질병으로 치료가 필요할 때입니다. 대한치매학회 사이트에서 다시 인용해 봅니다. “환자의 의학적 상태가 불안정해서 언제라도 위급한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거나 동반 질환에 대한 빈번한 의학적 검사나 진찰이 필요하고 약물 조정이 수시로 필요한 경우라면 요양병원이 적합합니다. 이상행동이 심해서 약물 조정이 수시로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도 요양병원이 유리할 것입니다. 또 재활의학 전문의에 의한 전문 재활이 필요한 경우도 요양병원이 적합합니다.”


- 이모께서 요양병원 가시던 날


어느 날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던 이모 면회를 하러 갔더니 평소보다 더 멍하시고 눈을 전혀 뜨지 못하셨습니다. 요양보호사께 여쭤봤더니 더 이상 혼자 식사하시기가 어려워지셨고 며칠 기운이 없으셨다지만 전날만 해도 짧은 대화를 했다고 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인가 싶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며칠 후에 계속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전화를 받았는데 이모께서 열이 많이 나고 당수치가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올라가서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행히 요양원이 집에서 멀지 않아 새벽에 택시로 도착한 후 119를 불러 근처 대형 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당시는 의료대란 이전이어서 바로 흉부 X-ray, 피검사, 뇌 CT 등을 찍고 추가로 흉부 CT를 찍은 후 당일 담당의에게 췌장암 4기로 보인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수술은 어렵다고 하였고 기대 여명은 6개월 정도라고 했는데, 가족들이 적극적인 항암은 무리라고 생각해서 통증 관리 치료만 받고 싶었습니다. 대형 병원에서는 통증 관리를 위한 입원은 어려웠고, 근처 2차 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요양원에서 담당하던 간호사와도 통화하고 여러 병원에서 가능한 치료와 비용 등을 알아봤습니다. 우선 요양원에서는 치료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요양원으로 복귀할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링거나 주사약 등의 처치는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고통이 심하실 텐데 마약성 진통제를 처치할 수 없다면 이모께서 너무 힘드실 것 같았습니다. 요양병원을 알아보니 당장 입원이 어렵거나 상급 병실(1인실이나 2인실)만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간병인 비용(월 400만 원 정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다행히 근처 요양병원에 자리가 있어서 입소 상담을 하였습니다. 환자 상태와 원하는 치료를 자세히 물어보았는데, 제가 느끼기로 위중한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는 환자를 꺼리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요양병원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면회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코로나 감염병 등급이 조정되긴 하였지만 여전히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면회를 할 수 있었는데 요양원은 주 1회 면회가 가능한 반면 요양병원은 간병인 1인을 제외하고도 매일 한 번 한 시간 면회가 가능했습니다. 결국 이모께서는 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임종하셨고 의사의 판단으로 이틀 정도 가족과 친지들이 아무 때나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아무 때나 면회가 가능하고 조금 더 통증 관리와 말기 암 환자에게 적합한 호스피스 시설을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췌장암 4기로 보인다는 것은 CT를 분석한 전문의의 소견이고 정확한 병명이 진단되려면 조직검사를 해야 했습니다. 좀 복잡한 얘기지만 당시 응급실에 입원했던 대학병원에서는 치료 계획이 없는데 진단과 검사만을 위한 입원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 암 진단이 되지 않아 병원비 혜택을 받지 못하고 호스피스 병동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 외래를 다니시던 대학병원의 주치의께서 치매 관련 질병으로 단기 입원을 하면서 다른 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계획 입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는 하셨지만,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모께서 단지 진단만을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포기하였습니다.


- 노환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치매나 기타 질병 없이 기력이 쇠해서 아흔넷에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마지막 6개월 정도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던 것이 늘 아쉬웠습니다. 그때는 삼촌과 가족들이 자유롭게 매일 오랜 시간 방문했는데, 곁에 함께 하지 못한 것보다도 집에 계셨으면 더 편안하게 가시지 않았을까. 영양제로 연명하면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질 때마다 산소호흡기를 이용하여 6개월을 더 사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할머니를 부르고서 대답이 없으면 젖꼭지를 꼬집어서 할머니의 의식을 확인하던 간호사가 미웠습니다. 할머니는 얼굴을 심하게 찡그렸고, 간호사에게는 그것이 대답이었습니다. 간호사에게 그렇게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로도 간호사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부르면 눈을 뜰 힘이 없는 할머니는 미간을 찌푸리며 겨우겨우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억지로 대답하는 시늉을 했습니다. 어느 날 제가 할머니 손을 붙잡고 귀에 속삭였습니다.


“할머니, 힘들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돼.”


제 눈에만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표정이 편안해졌습니다. 그 후로 할머니는 간호사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중환자실로 옮기시고 몇 번의 고비를 더 넘기신 후 병원의 전화를 다시 받은 가족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 인생의 마지막


할머니께서 집에서 임종을 맞으셨으면 했던 저의 마음은 욕심이기도 했고, 할머니의 마지막이 편안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촛농이 다 녹은 촛불이 꺼져가듯 그렇게 가셨습니다. 그렇지만 치매 어르신의 경우는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돌봄도 힘들고 기간도 길어서 요양기관에 가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화가 가능하다면 자주 전화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모와 같은 병실에 계시던 할머니의 보호자인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면회 오셔서 같이 산책하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본인도 거동이 어렵고 여러 질병이 있지만, 치매 남편을 수년 돌보다가 남편이 요양원에 입소한 이후에는 면회를 가지 않는다는 분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는 그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거든. 그러니까 괜찮아. 면회를 가면 남편이 그곳에 적응을 못 할까 싶기도 하고, 내가 공황장애가 있는데 다시 크게 도질까 걱정되기도 하고. 자식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어. 거기서 잘 지낸다고 하더라고. 잘 지내면 됐지. 내가 갈 필요는 없어.”


무언가를 포기했다고 사랑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더 애틋한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치매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이 따뜻한 손길이듯이 보호자에게도 다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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