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요양과 주야간보호센터 장단점
치매 등급 인정을 신청하면 방문 조사와 소견서를 토대로 요양등급판정 위원회가 열리고 장기 요양이 필요하다고 인정이 되면 등급이 나옵니다. 이전 포스트에 등급별 혜택을 정리한 표를 포함하였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 재가급여: 집에 살면서 방문요양이나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것
* 시설급여: 요양원 등 시설에서 거주하는 것
* 특별현금급여: 가족밖에 돌볼 수 없을 때 현금 지급
* 가족휴가제: 보호자가 휴가를 원할 때 종일 방문요양이나 단기보호 가능
등급이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1등급이 가장 높음)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최소 등급이 있지만, 오히려 등급이 높으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소폭 증가하기 때문에 본인에게 적절한 등급을 받으면 될 것입니다. 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은 치매에만 해당하는 등급이고, 등급은 얼마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지 영역별로 점수를 매겨서 합한 값이므로 아프다고 높은 등급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암 환자의 등급보다 무릎 수술 이후에 걷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더 높은 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 것이 [개인별 장기요양이용계획서]입니다. 같은 등급이라도 필요에 따라서 재가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시설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적어놓은 설명서라고나 할까요. 사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건강보험공단의 서비스가 점점 좋아져서 작년만 해도 처음 등급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급여이용설명회만 있었는데 이제는 직원과 종합 상담을 위한 개별 면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3-5등급을 받으면 원래는 집에서 거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족이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요양원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급여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등급을 받는 것보다 어떤 등급이라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급을 받아야 장기요양보험 시스템 안에 등록이 되는 것이고, 이후에 받을 서비스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을 공단 직원에게 잘 설명하면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할 것입니다.
또 보통 요양원에 대기가 긴 경우가 많은데, 등급을 받아야 대기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기가 긴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의 경우에는 2024년 10월 31일 현재 약 1,500명 정도 대기하고 있으며, 대기기간은 4~5년 정도입니다.
( https://www.서울요양원.kr/sgcf/SGCFNews/Notice/?boardId=bbs_0000000000000007&mode=view&cntId=271 )
사립요양원의 경우에도 대기기간이 1년 이상인 곳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요양원 입소 즈음에 등급을 받을 생각이라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외할머니는 요양원 입소 당시 3등급이었는데, 방문요양을 이용하는 재가급여를 받고 있었습니다. 입소를 결정하고 재가급여를 시설급여로 변경하려고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였더니 외할머니께서는 시설급여를 받으실 수 있는 해당자이셔서 1-2주 이내에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단 [장기요양이용계획서]에 시설급여나 재가급여 중 하나밖에 적지 못하므로 정확한 입소 날짜에 맞추어 변경해야 할 것입니다. 요양보호사가 입소 바로 전날까지 방문하고 바로 다음 날 요양원에 입소하는 것 모두를 급여 처리하는 것은 좀 복잡해 보였습니다. 며칠 차이가 난다면 방문요양센터에 미리 상황을 설명하거나 비용을 본인 부담으로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르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호자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가족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직접 돌봄을 하는 경우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의 반 정도를 현금으로 지급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하루에 세 시간 요양보호사가 오셔서 어르신을 도와주거나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치매 어르신과 보호자 모두에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경우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데, 가지 않는 날은 아무래도 활동량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 집에서 생활하시는 치매 어르신 (재가급여): 방문요양과 주야간보호의 비교
다양한 재가급여는 건강보험공단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longtermcare.or.kr/npbs/e/b/303/npeb303m01
집에서 거주하면서 도움을 받고 싶은 치매 어르신의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방문요양과 주간보호센터인데 확실한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5회 정도 방문하여 어르신의 식사, 세면, 산책, 가사 활동 등을 돕는 것입니다. 만약에 어르신이 혼자 사신다면 방문요양밖에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주간보호센터에 간다면 스스로 준비하시고 정해진 시간에 차량에 탑승해야 하는데, 독립적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께 기대하기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주 5일 3시간 기준 정도로 한도액이 산정이 되는데 외할머니의 경우에는 매일 방문이 필요한 상황을 방문요양센터에서 이해해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두 시간 반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였습니다. 제가 아는 어르신의 경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요양보호사가 특별히 배려하여서 아침, 저녁 한 시간 반씩 방문요양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이 경우는 거동이 불가능한 분의 식사를 위해서 특별히 배려한 것이고, 일반적으로 요청하기는 어려운 경우인 것 같습니다. 또한 원래 공휴일에는 요양보호사의 방문이 불가능하지만 –요양보호사가 건강보험공단에 비용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 인근에 거주하고 동의한다면 따로 개인이 지급하는 비급여 비용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외할머니는 요양보호사가 방문할 때 한 끼 드시고, 식탁에 차려놓고 가는 죽 등을 저녁에 드셨습니다. 간단한 청소를 도와주시고, 할머니께서 병원이나 은행에 갈 일이 있으면 동행하였습니다.
방문요양의 가장 큰 단점은 생활공간에서 어르신 혼자 타인과 생활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느 날 외할머니댁에 다녀온 엄마께서 저에게 심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얘, 할머니가 옷이 다 없어졌다고 하셔서 갔잖아. 다 없어진 건 아닌데 싹 정리가 됐더라. 딱 몇 벌만 옷걸이에 걸려 있어. 요양보호사 말씀으로는 자꾸 다 가져가라고 하신대.”
“엄마, 엄마가 같이 사는 것도 아닌데 옷이 없어진다는 할머니 말씀을 다 믿을 수도 없고 가족으로서 아주 믿지 않을 수도 없겠지. 그런데 중요한 건 이제 할머니께 옷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니까 그냥 편하게 생각하자. 만약에 엄마 생각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옷이나 의미가 있는 옷이 있으면 미리 요양보호사님께 그 옷은 버려달라거나 가져가라고 해도 집에 놔두어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사실은 옷이 문제가 아니고 은행에서 찾으신 현금도 다 없어졌더라. 할머니가 쓰레기통에 돈을 버린 적도 있다고 들었어. 지난번 방문요양센터에서 다른 집에서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고 요양보호사를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그동안 나한테 연락도 잘해주시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 믿음이 없어진 관계는 돌이키기 어렵잖아. 방문요양센터에서 먼저 얘기를 꺼냈으면 다른 분이 오시는 게 맞을 것 같아. 그렇지만 돈을 관리하기 힘든 외할머니께서 현금을 가지고 계셨던 건 우리가 잘못한 일인 것 같아. 아주 많은 돈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자. 어차피 이제 와서 따져도 방법이 없어. 외할머니께서 요양보호사님이 고마우셔서 용돈을 드렸을 수도 있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요양보호사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의 말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과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고 그 관계가 보호자에게도 이어진다는 점을 짚고 싶었습니다. 문제가 될 요소를 미리 없애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아끼고 자주 이용하는 패물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홈 카메라를 설치하고 요양보호사에게 말씀드리는 방법도 고려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가 다니실 센터를 정할 때 프로그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일상생활이 가능하셔서 시설이 좋더라도 프로그램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는다면 계속 다니시기 힘들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집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고 계신 엄마께서는 처음에 매우 힘들어하셨습니다. 집에서 8시 반쯤 나가셔서 오후 5시쯤 돌아오시는데 시간이 너무 길고, 그곳에 계신 몇몇 어르신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서 무섭다고 하셨습니다. 한두 달이면 적응하실 줄 알았는데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내켜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다행히 하루에 세 번 진행되는 인지, 만들기, 신체활동 등의 프로그램은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흥미로워하셨습니다. 원래 낮에 주무시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주치의에게 말씀드리자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센터를 권유받은 것이라서 엄마가 가기 싫어하셔도 저와 엄마를 위해서 꼭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6개월이 지나자 잘 적응하시고 완고해 보였던 어르신들께 도움을 드리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고 계십니다.
제 입장에서는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침 식사와 준비하는 것만 도와드리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오는 센터 차량을 이용하는 것부터 집에 돌아오시는 것까지 어머니께서 스스로 하실 수 있어서 제가 다른 일 때문에 집을 비워도 안심이 됩니다. 엄마와 분리되어 혼자 있는 시간에 충전하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엄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주야간보호센터도 건강보험에서 자세히 평가한 자료가 있으므로 근처에 좋은 시설이 있는지 바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www.longtermcare.or.kr/npbs/r/a/201/selectLtcoSrch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차량 픽업을 제공하는 경우에 거리 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센터를 기점으로 반경 몇 km 이내에 거주해야 이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제 생각에는 앞으로 학생들의 학군이 중요하듯이 센터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