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day-70

by Lucie

1

뉴욕의 맛집은 줄이 길었다. 나는 가게 앞 턱에 걸터앉았다. 내 옆에 정장을 입은 누군가 앉았다. 나는 물통 뚜껑을 열고 반쯤 남은 물통의 물을 들이켰다. 옆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카메라인 줄 알았네요. 얼굴 높이만큼 물체를 들어 올려서 사진기인 줄 알았나 보다. 식당에 오신 거예요? 내가 물었다. 아뇨 누굴 좀 기다리고 있어요. 그의 대답에 나도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멀리서 츄리닝 바람의 흑인이 걸어왔다. 그가 일어났다. 내 앞에 주차되어 있던 커다란 차의 운전석에 탔다. 그는 운전기사였다.


2

여기서 버스 타면 산타모니카 해변에 가? 동그란 파마머리가 탱글탱글한 그녀가 물었다. 응 나도 거기 가려고 버스 기다리고 있어. 나랑 같은 버스를 타면 돼. 내 대답에 그녀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내 옆에 와서 묻지도 않은 말들을 늘어놓았다. 프랑스에서 여기까지 여정이 얼마나 멀었는지. UCLA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오자마자 산타모니카 해변을 보기 위해서 짐도 다 팽개치고 여기에 왔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함께 버스에 탔다. 우리가 앉은 뒷좌석에서 어떤 남자가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저 사람 프랑스 사람이고 지금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전화를 하던 남자와 내 옆자리 그녀는 말을 텄다. 남자는 산타모니카 해변 근처에서 레스토랑을 한다고 했다. 우리 레스토랑 와서 밥 먹고 가, 여기서 내리자. 거짓말처럼 버스정류장 앞에 그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20분 전에 만난 여자랑 10분 전에 본 남자의 레스토랑에서 공짜 밥을 먹고 있는 현실이 거짓말 같았다.


3

루체른에서 도미토리를 찾아가는 길은 멀었다. 독일에서 열차로 넘어오는 길이었는데 중간에 텍스 리펀 사무실을 찾느라 혼비백산하기도 했고, 이미 꽤 걸었고, 가방은 무거웠다. 길은 이미 중심지를 한참 벗어났고 숙소는 나오지 않았다. 사람도 없었다. 지나가는 차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 운전자 아주머니는 한참을 길을 설명해 주고 떠났다.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로 잘못된 길로 들었는가 보다. 멀리서 그 자동차가 다시 나에게 왔다. 운전자 아주머니는 나를 스위티,라고 불렀다. 그리고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정말 고맙다고 하고 그 차를 탔다. 아주머니는 마르고 젊어 보였는데 내 나이를 듣더니 너만 한 딸이 있다고 했다. 숙소 앞에서 트렁크를 내려주는 아주머니에게 답례라도 하고 싶었는데 경황도 없고 답례할만한 것도 없었다. 그저 땡큐 쏘 머치를 연거푸 외쳤다.


4

본다이비치 앞에서 친구랑 밥 먹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옆 침대를 쓰는 금발의 아가씨가 물었다. 별로 할 것도 없고 오래전 가본 본다이비치에서 추억도 되새길 겸 그러마 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한 시간 동안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데이션 네일을 직접 했다는 나에게 아시아 여자애들이 이런 걸 잘한다며 그녀는 신기해했다. 나는 가수를 뽑는 독일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여장을 하고 여자 목소리로 노래하는 남자가 우승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드니의 겨울은 바람이 매서웠다. 바람을 맞으며 해가 저무는 것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그녀의 친구가 왔다. 여자 셋이서 해물 튀김을 먹으러 갔다. 일렬로 앉아서 오징어 튀김 같은 것을 와구와구 먹으면서 그녀들의 수다를 들었다.


5

예정된 여행이 없다. 이 사실은 어쩐지 나에게 빨리 티켓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부추기는 것 같다. 남은 휴가를 몰빵 해서 태국의 도시로 떠난다는 친구를 보니 부러웠다. 또 12월에 장기 휴가가 예정되어 있으니 송년회를 11월 말에 하자는 친구도 있었다. 부러운 마음에 지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토막토막을 늘어놓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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