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

day-74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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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준비 잘 돼요? 안 그래도 일이 많은 동료는 워크숍 준비까지 떠안은 상태였다. 네 일정에 맞게 잘 진행되고 있어요. 그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국가 대표가 섭외되었어요. 워크숍 때 오실 거예요. 종이비행기 날리기 국가대표라니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나를 웃기려고 한 말인 줄 알았다. 혹은 그런 엇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하고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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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자 그대로 종이비행기 날리기 국가대표가 진짜 있었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세계 대회는 동계올림픽 다음으로 많은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대회라고 한다. 종목은 오래 날리기, 멀리 날리기, 그리고 예술성을 평가받는 곡예비행이 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종이를 나눠주었다. 다 함께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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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종이비행기 오래 날리기 기네스북 기록 보유자였다. 벌판에 덩그러니 있는 집 사진을 보여주며 시골에서 자라서 심심했다고 했다. 그래서 물가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놀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물수제비 기네스북 기록 보유자의 영상도 보여주었는데, 사람들 입이 떡 벌어졌다. 물 위를 툭, 하고 날아오른 돌이 투두두두두두툭 뻗어나가면서 98번 물 위를 튕긴다. 98번이라니! 오졌다리 오졌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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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던지고 놀던 어린 시절 종이비행기 오래 날리기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이게 계기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종이비행기를 접고 비행기의 원리인 유체역할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종이 한 장만 있으면 세계대회를 출전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출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멀리 날리기 챔피언은 미식축구 쿼터백이라고 했다. 종이비행기 날리던 아저씨가 종이비행기 접는 방법을 개발한 뒤, 미식축구 선수를 데려다 1년 8개월을 훈련시킨 결과라고 했다. 70미터를 스윽 날아가는 멋진 종이비행기였다. 우리 모두는 종이 한 장을 더 받아서 다 같이 그 비행기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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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날려보고 종이비행기 조종 방법을 배워서 운행 방향이 잘 맞도록 튜닝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접은 종이비행기지만 나는 모습은 각기 달랐다. 어릴 적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린 기억이 있다. 한 번도 종이비행기가 비행기처럼 날아간 적은 없었다. 그때마다 비행기를 접은 것보다 그냥 구겨서 던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제대로 배워서 날려보니 내가 의도한 대로 날릴 수가 있었다. 어렸을 때도 알았으면 좋았을 걸. 더 날려보고 싶은 마음에 종이비행기를 가방에 잘 넣어 집에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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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황당함이 생각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고 넘겼는데. 나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서 종이를 꼭꼭 눌러 비행기를 접고 있었다. 내가 며칠 뒤 이렇게 열심히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을지 누가 알았을까. 다시 날려본 종이비행기 놀이가 이렇게 재밌을 줄도 몰랐을 것이다. 하찮아 보이는 것이라도 손대면 이렇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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