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84
1
일기를 써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문장으로만 머리를 스치는 날이다. 문단으로 이야기가 꾸려지지 않아서 뭔가를 이어 쓰기가 어렵다. 이럴 땐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무슨 문장들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는지를 쓰면 좋겠군.
2
오늘 회사에서 나눈 짤막한 대화. 내년도 올해처럼 노잼이면 안되는데. 올해도 잠깐 설문 응답률 높게 나올 때 좋았잖아요? 아 그거 고작 일주일이요? 그 일주일 빼고는 완전 노잼이었는데요? 그 일주일을 위해서 일 년을 노잼으로 희생했는데, 그렇게는 저는 못 살아요.
3
공동경비구역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병사를 수술한 사람이 이국종 교수였던 것. 중증외상 수술할 사람은 진짜 이 사람 한 명밖에 없거나, 아니면 정말 지극히 전문가가 적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국종 의사 화이팅.
4
박정희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빨갱이들은 김정은 동상이나 세워라! 뭐지 이 발언은, 어안이 벙벙. 명성교회 장로가 손석희 앵커랑 통화했는데 세습은 북한에서나 쓰는 말이라고 했다. 손석희 앵커가 세습은 북한에서만 쓰는 말은 아니라고 바로 잡아주었다. 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우리 사회 속 북한 프레임 참 대단토다...
5
이런 글도 저런 글도 잘 안 써져서 짧은 소설이라도 써볼까 했었다. 무슨 내용을 쓸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첫 문장만은 떠올랐다. A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사람은 왜 손이 떨린 걸까. 분노일까, 수치일까, 놀람일까, 쇼크를 먹은 걸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이라는 설정은 어떨까. 이 정도를 생각해 나가다 지인의 실제 이야기와 약간 맥락이 겹쳐서 쓰기를 그만두었다.
6
오늘 우리 팀에서 2주간 단기 근무를 해준 어시스턴트분의 마지막 날이었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에너지와 끈기를 가진 사람인데 우리 팀에 있는 동안만 세 군데의 면접에 탈락했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분명 인연이 닿는 곳에 가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좌절이 너무 많은 것이 안타까웠다. 이것이 저 아이 세대의 운명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