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건강관리

day-87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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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야기를 나눈 가족 단톡방은 엄마의 메시지로 끝나 있다. 몸이 피로하면 쉬어야지, 지치게 살지마. 오늘 독일에 있는 친구는 나에게 이런 메시지로 카톡방을 마무리했다. 루시 무리하면 안 돼! 회사고 돈이고 제일 중요한 건 너님의 멘탈임. 엄마와 친구가 부탁한 것처럼,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봐야 하는 바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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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친구들끼리 모여있는 회사 단톡방이 하나 있다. 거기서 자주 화제로 등장하는 것은 각종 건강식품이야기다. 누가 무슨 약이 좋다더라, 하면 사겠다는 사람이 떼가 된다. 그래서 결국은 공동구매를 하게 된다.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체로 운동을 할 시간은 없고 몸은 항상 피곤하다. 이런 사람들이 기댈 곳은 간편하게 약이라도 먹는 것. 몸에 좋다는 것을 먹으면 위안이 된다고 회식하고 나서 각종 간에 좋은 약을 챙겨 먹던 친구가 떠오른다. 언젠가 예능프로에서 김종민이 몸에 좋다는 약을 열 가지 이상을 한 번에 먹는 걸 본 적 있다. 현대인의 건강 챙기기는 대개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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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갑내기 단톡방을 강타한 약은 글루타치온이라는 성분이었다. 이 성분은 아마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맞은 주사약이었던가, 무튼 그때 유명해진 것 같다. 효능을 읽어보면 그냥 만병통치약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면역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다는 것 같은데 누군가 먹고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고 하니까 솔깃하여 사람들이 많이 샀다. 글루타치온은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 야채에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나는 그냥 야채를 더 많이 먹자, 하고 생각하고 사지 않았다. 좀 더 정성을 들이는 방식으로 몸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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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하에 있는 헬스장을 등록해 놓고 그냥 사우나로 쓰고 있다. 항상 키를 받아서 사우나만 하고 나온다. 올해는 꼭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지, 건강검진 결과를 놓고 칼을 갈았는데도 결국 별다른 걸 하지 않는 일 년이었다. 하루 여덟 시간을 자면서도 아침에 피곤해서 일어나지 못하는 겨울의 초입을 보내고 있다. 아 나는 아무래도 곰이 아닐까. 겨울이 오니까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네, 하는 생각이 아침마다 든다. 스스로 건강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아직은 이럴 나이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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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진단을 하던 교수는 나에게 물었다. 요즘 잠이 부족하지 않았나요? 아니요. 최근 크게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나요? 아니요. 야근을 많이 하나요? 아니요. 커피를 많이 마시나요? 아니요. 모든 대답이 아니요 였지만 나는 공황장애라고 했다. 아니 내가 이병에 왜 걸렸는지 말해줘야 할 것 아니오 의사양반... 하지만 정신과의 묘함은 그런 곳에 있다. 진단은 줬지만 원인은 니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그런 곳... 정신건강도 촘촘히 돌볼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야겠다. 마음의 평화를 찾아 이번 주말에도 공방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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