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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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을 돌리다가 <더 마스터>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윤희정이라는 가수가 서울의 달을 부르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가수였는데 채널을 돌릴 수 없었다. 서울의 달이 이렇게 리드미컬한 재즈곡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니까 장르별 마스터라고 불릴만한 뛰어난 가수가 나오는 구조였다. 성악가가 패티김의 이별을 불렀고, 국악 명창이 가슴 아픈 창극을 선보였다. 국악을 평소에 들어본 적은 없는데 그 노래를 듣다 눈물을 흘렸다. 와, 저렇게 끊어지는 마음을 노래로 뱉을 수도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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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정이 서울의 달을 부르고 내려오면서 그런 말을 했다. 내 평생에 완성은 없어. 노래를 어떻게 부른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 한 마디였다. 한 장르의 마스터라고 불릴만한 명성을 쌓은 사람도 저런 말을 하는구나 싶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은 노래가 끝나고 눈물을 흘렸는데, 몇 달간 준비해온 마음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최백호는 노래의 시작 부분에서 자기가 원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오늘 무대가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역시 대가들은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구나,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못한 결과를 얻기도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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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최정원의 이야기들이 좀 더 인상적인 면이 있었다. 오늘 최정원은 노래의 주인공인 에디트 피아프 역에 몰입한 공연을 했다. 관객들이 자신을 에디트 피아프처럼 바라볼 때 정말 짜릿하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최정원의 눈이 반짝이며 행복을 말하고 있었다. 문득 나도 오늘 그런 눈빛을 하고 이야기를 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 나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니플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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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사는 친구가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 나는 친구에게 내년에 런던에 가는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해리포터 연극을 보는 것,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가는 것,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팔고 있는 니플러 인형을 사는 것. 이것이 내 런던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 세 가지다. 그런데 친구가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니플러의 귀여움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내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하앍 니플러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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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사전은 2년 간격으로 다섯 편이 제작될 계획인 것 같다. 영화를 검색해보면 아직 나오지 않은 영화인데도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이로서 나는 2024년까지 신비한 동물사전과 함께 행복할 것이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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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히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친구는 최근 런던 근교로 이사를 가면서 출퇴근 시간이 길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늘어난 통근시간에 책을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책 읽는 시간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기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해보기 전에는 모를 때도 많다. 나도 평소에 하지 않는 것들을 더 많이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겨울이라서 티비 앞에서 귤 까먹는 정도의 에너지만 나오는 요즘이다. 조금 더 활발한 연말을 보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