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 내가 좋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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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좋은 것들은 세상에 많다. 갓 구워 포실포실 살이 오른 빵,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 잘 생긴 배우, 희고 매끈한 다리를 가진 댄스 가수 등등. 하지만 예쁜 거, 잘 생긴 거, 맛있어 보이는 거 이 모든 것을 제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귀여움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 같진 않을 테니 모든 아름다운 것 중 귀여움이 짱이라고 우기지는 않겠다. 그냥 내가 보기에 귀여운 게 짱이다.
2
애완동물이라고는 병아리도 제대로 키워 본 적 없는 주제에 강아지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열심히 동물이 나오는 짤을 주워보곤 한다. 바느질을 하기 위해 원단을 사는데 그때도 동물이 나오는 원단을 사곤 한다. 남편은 지금 해달 무늬 파자마를 입고 거실에 누워있다. 고슴도치랑 개구리가 그려진 원단은 뭘 만들지 생각도 안하고 홀린듯 구매했다. 기타를 들고 있는 개구리와 큰 눈을 또록또록 굴리고 있는 고슴도치는 잘 접힌 채로 몇 달째 서랍 속에 잠자고 있다.
3
평소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탓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는다. 안 사는 물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형이다. 먼지만 쌓이고 둘 데도 없고. 하지만 지금 사려고 계획해둔 인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니플러' 인형이다.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사진도 첨부한다. 오리 같은 부리를 가지고 반짝이는 물건을 탐내는 요 녀석이다. 반짝이는 물건으로 가득한 금은방에 들어가서 목걸이 거치대 인척 하다가 주인에게 들키는 명장면 샷. 이 깜찍한 녀석의 인형을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팔고 있다고 해서 얼른 집에 데려올 꿈에 부풀어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 2편이 올 연말에 개봉한다고 해서 니플러 인형 안고 가서 볼 예정이다. 생각만해도 세상 젤 행복.
4
나보다 귀여운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남편이다. 남편 집에 처음 놀러 갔을 때 집안에 인형의 개수를 보고 약간 놀랐다. 덮으라며 준 무릎담요는 라인프렌즈, 내온 컵과 쟁반도 라인프렌즈 캐릭터 용품이었다. 게다가 USB로 제작된 카카오프렌즈 상품을 캐릭터별로 전부 사서 텔레비전 앞에 장식을... 우리는 웨딩촬영할 때도 거대한 라이언 인형을 차 뒷좌석에 태우고 갔다. 촬영장 올라갈 때 소품으로 그걸 꺼냈더니 촬영기사님도 빵 터지셨다. 지금 집에는 그 대형 라이언이 소파에 앉아있고 라이언 쿠션, 라이언 말랑이 베개, 라이언 조명, 라이언 버스 조립한 것 등등 라이언 포화 상태다. 더 이상의 라이언은 눈물을 머금고 참고 있다. 아, 라이언 잠옷 세트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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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은 뭔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듯한 매력이 있다. 귀여운 것이 비싸다면, 아 귀여움을 이런 세속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지갑을 열게 된다. 귀여운 것이 싸다면 흐악 귀여운데 싸기까지 이건 바로 사야 해! 하고 산다. 귀여운 것인데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보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귀여운데 살아 있는 것이라면 그 생명의 행복과 평화를 빌게 된다. 귀여운데 내 거면 세상 제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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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더 귀여운 것을 발견하고 싶고 만들어보고 싶어 진다. 지금은 비록 귀여운 것을 사다가 가공할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귀여운 것을 직접 만들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안 귀여운 것도 잘 못 만들기 때문에 장기적 비전으로 둘 수밖에... 항상 귀여운 것을 가까이해서 마음을 정화해야지. 그럼 언젠가 정화된 마음이 더 귀여운 것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오늘의 일기는 나의 좌우명으로 마무리한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