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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온다면 나는 공방을 알아보러 갈 것이다. 당장 공방을 계약하고 공업용 재봉틀도 놓고 폴리머클레이를 굽는 전용 오븐을 설치해야지. 그리고 세상의 예쁘고 귀여운 물건을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만들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그걸 만들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시간을 왕창 들여서 귀엽고 예쁜 것 하나를 간신히 만들게 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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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예쁜 것은 내가 모두 갖고 있으면 그다지 효용이 크지 않다. 적절한 가격에 팔 수 있다면 누군가 취향에 맞는 사람이 데려갔으면 좋겠다. 귀엽고 예쁜 것은 보기만 해도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데, 이 물건이 어딘가에서 그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방에 창을 크게 내고 싶다. 귀여운 것은 꼭 갖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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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처럼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싶다. 클래스를 신청하는 순간부터 공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리고 만들고 결과물을 갖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네이버 예약 이런 거 말고 예약을 누르면 귀여운 것이 마구 튀어나와서 잘했다고 궁디팡팡 해주는 그런 어플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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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은 뭔가 만들기 특유의 작업 과정 때문에 깨끗하기가 어렵다. 요즘 모직 원단을 썰어서 코트를 만들고 있다. 모직 원단은 자른 단면에서 끊임없이 먼지가 떨어져 나온다. 집에서도 한 번 꺼냈다가 바닥에 촘촘하게 깔린 검은 먼지에 너무 놀랐다. 세 시간 정도 바느질을 하면 손톱 밑뿐만 아니라 그냥 손톱 윗면까지 까매진다. 선생님에게 아무래도 동대문에서 싸구려 원단을 산 것 같다고 푸념했다. 선생님은 이염이 모직 원단의 특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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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공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공기청정기나 로봇청소기 등등 첨단의 장비를 동원해야 간신히 그런 것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꼭 그런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책방 연희의 사장님 강의를 들었다. 그분은 동네 서점 여행 안내서를 출간하신 분이었다. 책방보다 공방이 훠얼씬 구경할 것이 많다. 재밌는 공방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들러볼 만한 곳으로 운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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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라오스에 놀러 갔을 때 OCK POP TOK라는 브랜드의 매장을 간 적이 있다. 천연 염색으로 직조한 원단으로 만든 제품을 판다. 마당부터 아름다운 공간에 알록달록한 원단이 가득 걸려있는 집 한 채를 둘러보는데,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무척 행복한 공간이었다. 공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험을 만들고 싶다. 단순이 만드는 것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소비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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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으로도 너무 좋다. 월요일에 내가 출근하는 곳이 공방이 아니라서 섭섭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