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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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생각했다. 모의고사 점수가 보여준 나의 미래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초중고를 서울에서 다녔지만, 대학까지 서울에서 나오는 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점수는 말해주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본 대학에 가야 할 텐데, 하는 그런 걱정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내가 바란 나의 미래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한 번쯤 이름 들어본 기업에 취업해서 회사원으로 사는 것, 그 정도였던 것 같다.
2
그랬으니까 경영학과에 갔을 것이다. 딱히 배우고 싶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취업 잘되는 과면 오케이였다. 어떤 친구들은 희망하는 진로나 흥미에 따라 복수전공을 하기도 했다. 나는 아무것도 더 궁금한 것이 없었다. 더구나 혹시나 학업이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적을 최선으로 관리하고자 했다.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이 중요했고, 그렇다면 복수전공 같은 건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 학기에 졸업을 위해서 채워야 하는 학점은 딱 3학점이었다. 나는 한 학기 내내 한과목만 들었다.
3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나는 내가 바라던 미래에 와있다는 걸 알았다.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남들도 다 아는 회사에 다닌다. 야근도 많이 하지 않고, 좋은 팀원들과 함께 일한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얻어 살고 있다. 남편은 다정하고, 시부모님도 나를 존중해준다. 그런데 왜 나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할까. 내가 지금 바라는 미래에 도착해서도 나는 그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 할까.
4
언젠가 J선배가 나보고 욕심쟁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물질적인 것을 많이 바라지는 않지만 더 재미있고 더 신나게 살기를 원한다. 회사를 십 년이나 다녀도, 나이를 이렇게 먹어도, 문과생이라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 주제에, 그런데도 바란다. 나는 이것이 욕심인 것을 알고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렇게 욕심부리는 것이 그냥 내가 사는 방식이려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