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세 바퀴

D-59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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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없이 상쾌하고 따사로운 날이다. 남편과 공원 세 바퀴를 뛰었다. 첫 바퀴를 뛸 때는 여유롭다. 두 번째 바퀴에 접어들면서 숨이 차기 시작한다. 오래간만에 격하게 움직이는 다리는 허벅지부터 갑자기 혈액순환이 되기 시작한다. 허벅지가 뜨겁고 약간 따끔거리는 느낌이 난다. 뛸 때 발목을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손을 어떤 식으로 흔들면서 뛰어야 좀 더 쉽게 뛸 수 있는지 뛰면서 조정을 하게 된다. 세 번째 바퀴를 뛸 때는 뛰는 자세가 완전히 몸에 익는다. 뛰는 것이 편안해지면서 한 바퀴 더 뛸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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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일 십 키로 뛰어야 하는데 무리하지 말아야지. 세 바퀴만 뛰고 멈췄다. 뛰는 것은 내 몸에 대한 좋은 명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생활 속에서 뛸 때는 뭔가 급할 때이다. 회의에 늦었을 때, 버스를 놓칠 때 그럴 때 뛴다. 그런 상황에서는 뛰는 것은 보통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내 마음이 버스를 붙잡았기 때문에 몸은 거기에 맞춰서 뛸 뿐이다. 뛸 때 내 팔과 다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몸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이런 걸 느낄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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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목적 없이 그저 뜀을 위해서 뛸 때, 뛰는 경험을 온전히 몸으로 느끼면서 뛸 수 있는 것 같다. <더 브레인>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적혈구는 4개월마다 새로운 걸로 교체되고 피부 세포도 몇 주면 완전히 새로운 걸로 교체된다고 한다. 7년이 지나면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새로운 원자로 교체된다고 한다. 그런 변화를 모른 채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껍질은 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물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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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들의 변화까지 인지할 수는 없더라도 내가 나의 변화들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병에 걸리게 된다면 나 자신을 스스로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 왔는지에 대해서 돌이켜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공황장애의 경우 인지치료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매우 좋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의자에 태워서 몸을 회전시킨 후 빨대를 물고 숨을 쉬게 한다거나, 하는 방식이다. 그런 식의 위태로움을 극복하는 경험을 가지면 실제 공포스러운 상황이 와도 패닉에 이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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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산다. 터널과 지하철을 무서워하는 공황장애 경험자에게 그렇게 살기 좋은 장소는 아니다. 간혹 나는 내가 여기에 있기 때문에 정신병자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늘 스킨스쿠버를 해보고 싶은데 스킨스쿠버를 하기 좋은 여건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이제 나는 공황장애 완전히 나았다,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몸에게 어떤 경험을 시켜주면서 살게 해줄지 궁리하는 시간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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