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시간이 늘어나면

D-64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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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재봉틀을 잡는다는 게 벌써 열 시다. 팔과 밑단 시접 처리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한 시간이 휙 가다니. 아직 초보는 초보다. 이번 옷감은 바느질하기 전에 한 번 세탁기에 돌렸다. 사각사각 바느질을 할 때 향기가 나서 기분이 좋다. 목만 달면 완성인 옷인데 일단 그만하기로 했다. 재단부터 바느질도 대충대충 했는데 목까지 대충 달면 정말 옷이 너저분해질 것이다. 목이라도 신경 써서 달아야지, 하고 다음에 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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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재능은 이런데 있는 것 같다. 뭔가 완전히 망하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 끈기가 없는 탓에 놀라운 두각을 나타내는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것을 얼추 해낼 수 있는 능력. 이걸 재주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살아오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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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일주일에 세 번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팀의 건강성을 측정하고 싶다고 신청한 사람들에게 인식조사를 해서 결과를 전달한다.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매번 달라지는 설문의 결과들을 들여다보면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내가 잘하는 것 하나를 더 상기해냈다. 나는 정말 많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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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건 내 쪽일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일 때도 있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세미나여서 내가 아닌 사람들이 웃기는 경우도 많다. 나는 손뼉을 치면서 웃기도 하고 항상 큰 소리로 웃는다. 웃음이 헤퍼서 이럴 때는 좋은 것 같다. 예전에도 면접관으로 질문을 할 때도 자주 웃어서 팀원들로부터 많이 웃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회사에서 웃는 시간이 늘어났다. 회사에 가는 일이 조금씩 재밌어지고, 사람들이 묻는 안부에 괜찮은 대답을 할 수 있게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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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춤과 노래가 넘친다. 나는 남편과 있을 때 춤도 자추 추고 노래도 자주 부른다.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이라서 웃을 일이 많다. 그러다 회사에 가면 웃음이 뚝 그쳐버렸기 때문에 주변에서 묻는 안부에 회사 노잼이라는 말을 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이제는 일주일에 세 시간 더 웃는다. 생활이 훨씬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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