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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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앞두고 엔화가 계속 오른다. 삼 년 만에 핸드폰도 바꾸려고 했는데, 환율이 이래서야 한국에서 사나 일본에서 사나 차이가 없는 거 아닐까. 사실 엔화가 오른다고 해도 몇 백만 원 쓰고 오는 거 아니니 크게 차이는 없을 텐데 괜히 기분이 좋지 않다. 불과 한 달 전에는 930원이었는데 오늘은 왜 때문에 1030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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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 동네에 집을 구하는 친구가 있어서 부동산을 소개시켜줬다. 나도 올 연말에는 새 전세를 구해야 해서 최근 시세를 물었는데, 일 년 반 만에 훌쩍 오른 집값 때문에 놀라고 말았다. 내가 이사온지 일 년쯤 지나서 집주인이 집을 내놓았다. 내놓은 집이 잘 팔리지 않아서 삼 개월 정도를 내내 집을 보여줘야 했다. 주말이고 금요일이고 집 보러 들이닥친 일행들을 맞는 건 성가신 일이었다. 내 친구들도 잘 보지 않는 안방이며 화장실이며 베란다까지 둘러보고 가는 손님들을 받는 것도 불편했다. 그때라도 이 집 가격이 얼마에 내놓아졌는지, 이 근처 시세는 얼마인지 한 번 알아봐야 했는데... 문득 이제 와서 후회가 되었다.
3
이 일을 이야기하자 친구는 내게 말했다. '그때 살걸' 이게 요즘 유행어잖아. 그러게 나도 그 말을 처음 들어보는 건 아니었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게 될 줄이야. 그렇게 한 이틀이 지나자 어차피 세상 모든 집 가격은 다 오르고, 나는 내 형편에 맞게 사는 거니까 아쉬워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동네에 집을 사본 적도 없는데 상상 속에서 이 집을 샀다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헤아려 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가진 적도 없는 이득을 마치 잃어버린 양하며 아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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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 하는 깨달음이 이틀째에 왔다. 이제 뭔가 알았다면 새로운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이사 계획을 세워나가면 된다. 두 번째 집도 무조건 전세지, 하고 전세만 보다가 이제 동네 매매가 가능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이런 것도 눈여겨보기로 했다. 지금 집은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은데 그래도 몇 개월이나 집 판다고 집 보여주던 기억은 좋지 않다. 이제 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런저런 옵션들을 검토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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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티비에서 <나 혼자 산다> 가 나오고 있다. 우리 엄마보다 더 올드한 인테리어 취향의 유노윤호가 나와서 옆에서 남편이 빵빵 터지고 있다. 역시 집은 자기만족인가 보다. 내가 좋으면 그게 제일 좋은 공간. 다음 집도 마음에 드는 데를 잘 찾아서 재밌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