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6
1
미세먼지가 뿌연 날이었다. 이런 날은 꼭 두통도 있다. 지끈거리는 머리로 부동산에 가서 근처에 새로 짓는 오피스텔에 한 번 가보았다. 집은 예쁘고 깨끗했지만 새집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스꺼웠다. 세 개쯤 집을 보고 나오는데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집에서 쉬다가 같은 건물에 있는 부동산에도 한 번 가보았다. 같은 건물인데도 이렇게 다른 집들이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2
내가 있는 건물은 여러 동이 있는데 사실 모든 동이 전부 연결되어 있는 한 건물이다. 그런데 나도 다른 동으로 건너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 우리 동처럼 생겼겠지, 했는데 어떤 동은 안에 들어가 보니 중정이 있는 구조였다. 우리 동은 그냥 복도식인데 어떤 데는 복도 가운데 뻥 뚫린 구조의 중정을 갖고 있기도 한 것이었다. 일 년 반을 살았는데도 이 건물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몇 군데 들러본 집안은 더 그랬다. 평수는 비슷했지만 구조가 집마다 모두 달랐다. 또 같은 건물인데도 내장 마감재가 집마다 달라서 우리 집은 밝은 우드&화이트인데 어떤 데는 다크 우드&그레이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집 분위기가 참 다르게 느껴졌다. 한 군데는 내일 이사올 집이라서 집이 비어있었는데 원래 살던 사람이 주방 청소를 안 하고 살아서 지저분했다. 이렇게 사는 집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주방 테이블을 닦고 있다. 내가 요리를 한다고 주방을 어지르면 뒤처리는 남편 담당이다. 남편은 설거지할 때마다 음식물쓰레기도 야무지게 처리하고 마지막에는 꼭 키친타올로 주방을 싹 닦는다. 덕분에 남편이 주방에 한 번 들어가면 요리하기 전 상태로 뿅 하고 변한다. 남편 성격이 깔끔해서 다행이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아마 우리 집 주방도 오늘 낮에 본 집 같은 상태일 것이다.
5
내일도 먼지가 오늘 같을 거라니...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해진다. 내일은 집에서라도 요가 매트를 펴놓고 스트레칭을 많이 해야겠다. 몸이라도 무겁지 않게 풀어두면 집안에서는 괜찮은 컨디션으로 있을 수 있겠지. 야외는 아니더라도 카페라도 가서 향긋한 차 마시면서 기분전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