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옷차림

D-69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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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상 세줄 정도가 들어있는 비교적 작은 사무공간에서 일한다. 우리 회사는 큼직한 사무공간이 층마다 네 구역이 있다. 그런데 우리층에는 의장실이 있어서 다른 층과 구조가 약간 다르다. 창문과 휴게공간 사이를 유리가 가로지르고, 그 사이에 생겨난 작은 공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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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날씨가 더워지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수가 없다. 그런데다 공간이 작다 보니 사무실이 사우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전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열기에 등부터 땀이 배어 나온다. 에어컨을 틀면 머리 위로 바람이 불어온다. 찬바람을 팔과 얼굴에 쐬면서 일해야 한다. 며칠 그런 상황에서 고생하고 있어서 오늘은 반팔을 입고 출근했다. 오늘만은 좀 더 쾌적하게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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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에 청바지를 입고 출근을 했건만 이번엔 발이 스멀스멀 덥다. 벌써 샌들 시즌이 오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운동화를 벗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날씨였다. 오늘도 역시나 미세먼지로 인한 재난 문자가 왔다. 재난이면 출근을 좀 안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사람들과 늘어놓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아프다는 사람도 있고, 피부 트러블이 났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두통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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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반팔을 입고 출근해서 다행이었다. 내일도 꼭 반팔을 입어야지,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회사가 전체적으로 창문을 열지 않아서 그런지 갑갑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오늘 반팔에는 파란색 줄무늬가 있어서 보기에도 약간 상쾌했다. 최근 유니클로에서 산 옷인데 마음에 들었다. 점심 스터디에 온 사람 중에 유니클로 미니언즈 티셔츠를 입고 온 사람이 있어서 바로 알아봤다. 이거 유니클로에서 사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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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옷의 절반 이상이 유니클로 옷이다. 매일 같이 청바지를 입는데 하나 빼고 전부 유니클로 바지다. 잠옷이나 실내복도 유니클로고 속옷도 유니클로에서 산다. 이제 유니클로가 아닌 곳에서 옷을 사려고 하면 뭔가 어렵다. 가격도 어렵고 스타일도 어렵고... 특히나 집 앞에 유니클로 매장이 생긴 다음 의존도가 더 심해졌다. 앞으로 내가 원하는 옷을 설명해주면 그 옷을 찾아주거나,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개인화해서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생긴다면 기꺼이 돈을 주고 이용하고 싶다. 옷 사는 일은 어렵고 피곤하다. 결국 나는 적은 시간을 투입해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살 수 있는 유니클로로 귀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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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또 새로운 브랜드에 정착하게 될 날이 오게 될까, 궁금하다. 입기 편하고 세탁하기 편하면서 심플한 옷, 그런 것을 파는 브랜드가 있으면 추천받고 싶다. 최근 검은색 롱패딩을 물티슈로 쓱쓱 닦아 옷장에 들여놓으면서 따듯하고 세탁이 쉬운 옷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의류 소재 발달로 미세먼지 방어도 되고 잘 털리는 옷, 이런 것이 나오면 좋겠다. 이제 봄옷에 마스크가 딸려 나올 기세긴 한데... 무튼 생활에 맞춰서 옷들도 진화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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