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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오사카 첫 날

d-72

by Lucie

1
기억 속에 오사카를 떠올려 본다.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도톤보리 길거리가 사람으로 넘친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오늘 아침 세수하고 나온 양 깨끗한 자동차들. 하수구 주변에도 담배꽁초 하나 없는 깔끔한 길. 날이 좋아 건물 마다 테라스에 널어진 빨래들. 잘 정돈된 오사카의 이미지는 여전히 그대로다.

2
애플 스토어에 갔다. 일본에서 애플 제품을 사려는 외국인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한참을 매장에 있다가 처음 들어올 때 입구에서 본 직원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천적 기형으로 한쪽 팔이 없고 한쪽 팔은 보통 사람 절반 정도의 길이였다. 팔의 중간쯤 애플와치를 차고 있었다. 반팔 유니폼 때문에 한눈에 알 수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무척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특별할 것 없이 섞여서 일하는 풍경.

3
저녁엔 도톤보리 강에서 크루즈를 탔다. 크루즈에는 사오십대로 보이는 여성 가이드가 있었다. 배마다 서오 다른 진행실력을 뽐냈다. 우리 배의 가이드는 오사카 사투리도 알려주고 노래도 알려주고 사람들 사진도 일일이 찍어주었다. 문득 참 즐거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매일 움직이는 배에서 계속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일의 고됨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 가이드분은 배의 리더이자 스타였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내가 사는 고장을 소개하는 일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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