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일기- 오사카 둘쨋날

D-73

by Lucie

1
조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은 일찍부터 문을 연다. 현지인이고 외국인이고 식당을 가득 채운다. 이런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는 조식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은 대개 거르는 친구들이 많다. 나도 간혹 아침에 먹을 것이 없으면 그냥 출근한다. 그리고 커피 같은 것으로 떼운다. 오늘 남편과 나는 사천 원 정도 하는 아침식사를 먹었는데 내 것은 계란덮밥과 우동, 남편은 나또와 고등어 구이가 나오는 메뉴였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섰다.

2
벚꽃이 흐드러진 오사카성 주변은 개미같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어느쪽을 바라보건 사람과 벚꽃이 함께 보였다. 꽃이 가득한 곳에서는 애도 어른도 모두 표정이 밝았다. 환한 빛과 흰꽃의 조화로 사람들도 모두 화사하게 보였다. 나고 즐겁고 다른 사람들도 즐겁고 개도 아이도 모두 행복하게 뛰놀았다. 한 겨울에 오사카성에 왔다가 벚꽃 나무가 많은 것을 보고 봄에 오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오다니. 역시 원하는 것을 만들어두면 좋다. 언젠가 이루어지니까!

3
하루종일 일본 사람 말하는 흉내를 냈다. 일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음과 가성으로 말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여성들이 주로 그런 발성하는 것 같긴 하다. 한국말도 그런 발성으로 이야기하면 일본말처럼 들린다. 아무 한국말이나 두성으로 이야기하면서 데스까, 데스네 하면서 종알종알 거렸다.

4
쇼핑을 하러 다니면 남자 옷이 다양해서 좋다. 한국에서는 캐주얼 브랜드에 남자 옷 코너가 적어서 금방 구경이 끝나버리곤 하는데 여긴 달랐다. 도톤보리 흐앤무에만 가도 남자 옷만 서너층은 되는 매장이 나온다. 위고에는 남들이 입었던 옷들을 팔기도 한다. 백화점에서 레알 구제를 구경하게 되다니. 진짜 사람들이 입던 옷들은 정말정말 자연스러운 색바램과 보풀을 갖고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5
느지막이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갔는데 줄이 말도 안되게 길었다. 시간이 늦고 다리가 아파서 편의점 음식을 쓸어다가 남편이랑 호텔에서 먹었다. 이틀째 세븐일레븐 어묵을 퍼먹고 있는데, 어지간한 맛집을 물리치는 맛이다. 두둑한 배로 하루일기 마무리!



매거진의 이전글여행일기-오사카 첫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