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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교토

D-74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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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에서 주스를 하나 사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오늘은 교토에 가는 날이다. 우리는 이번 일정 중에 가장 기대되는 교토를 언제갈까 고민하다 오늘로 정했다. 왜냐면 오늘은 만우절,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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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은 정말 빠르다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내년 이맘때는 뭘하고 있을까 생각해봤다. 내년이면 그토록 기다리던 남편과 나의 안식휴가가 시작될 무렵이다. 아마 우리는 장기휴가 계획을 짜느라 바쁠 것 같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집에 와서 모두 끝났다며 신나서 하이파이브를 하던 게 딱 일 년전이라니. 시간은 빠른데 그 일은 또 무척 옛날이야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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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는 교토에 벚꽃이 만개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모두 사쿠라 스팟이라고 분홍색 폰트로 써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사람의 물결에 휩쓸려 다니다가 사람체증에 막혀서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짜증내거나 화난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꽃은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꽃을 보면 절대 인상을 찡그릴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꽃을 바라보고 꽃과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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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벚꽃길을 선물하고 있었다. 작은 개울에는 계속 꽃잎이 실려왔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눈송이처럼 떨어져 바닥에 쌓였다.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정말 벚꽃은 실컷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봤다. 그러고도 벚꽃길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꽃과 이별 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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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예쁜 풍광을 감상하는 시간은 정말 환상적이다. 남편과 나는 이런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꼭 운동을 해서 인생의 시간을 늘려야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헐렁한 여행을 하자며 일정고 없이 덜렁온 오사카에서 하루 이만보씩 걸었다. 풍경에 이끌려 걷다보니 어느새 몸이 녹초다. 남편은 첫째날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아직은 남편을 챙기는 솜씨가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살뜰히 신경써야겠다.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 부부에 대한 지식도 더 늘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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