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을 때, 쓰고 싶을 때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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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소설 한 권을 추천했다. 그 친구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소설이었다. 친구는 소설을 읽더니 다른 소설을 또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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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상문학 대상을 탄 김경욱의 수상소감을 읽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독자가 떠나가고 있다고 한다. 어느 작가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탄 오케스트라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경욱 작가는 그런데 우리가 타이타닉에 탄 것은 맞냐고 반문한다. 그냥 맨몸으로 헤엄쳐서 가고 있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다들 떠나가더라도 자신은 끝까지 독자로 남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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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떤 시간들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 시절엔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출간되기 전부터 기다렸다. 출간이 되자마자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했다. 도서관에 없는 책을 구매신청하면 도서관이 사주고 신청한 사람에게 제일 먼저 빌려준다.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사서 읽었다. 많이 읽지는 않았는데,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주변에 거의 없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문학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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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더 빌려달라고 하는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책 장을 들여다보면서 빌려줄 책을 고르는 시간이 행복했다. 아무도 소설을 읽지 않는 시절에 소설을 쓰겠다는 내 꿈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래도 나는 꼭 쓰고 싶다. 김경욱 작가는 소설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눈짓과 손짓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주 적어도 상관없다. 내 친구 한 명이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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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을 때 읽고, 쓰고 싶을 때 쓰고 싶다. 책을 읽을 때면 이 생각이 간절하다.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한 나의 이야기도 한 가득 있다. 대학 때 도서관에서 공부한 시간보다 망상하던 시간이 더 많았는데, 그때의 망상들도 쓰고 싶다. 공황발작이 찾아올 때의 느낌도 쓰고 싶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더 많이 쓰고 싶다. 지금 쓰지 않으면 나중에는 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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