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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망

D-90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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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봤던 드라마 중에 <나인>이 있다. 주인공에게는 과거로 시간이동을 할 수 있는 향이 있다. 그 향을 가지고 주인공은 죽은 형을 살리려고 한다. 형은 좋아했던 여자를 잊지 못해서 방랑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래서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형과 그가 사랑하는 여자를 이어준다. 형은 주인공의 바람대로 좋아하던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왔는데 더 큰 문제가 생긴다.


2

과거의 미션을 완료하고 돌아온 현실에서 주인공은 연인을 만난다. 힘들게 과거를 바꾸고 돌아온 그에게 그녀는 말한다. 삼촌! 그녀는 형이 사랑했던 여자의 딸이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 그런 상황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라던 일이 일어났는데, 그 일로 인해 더 안 좋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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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주인공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지나가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든다. 한편으로는 정신승리를 하면 그만인데 결국 정신승리에 실패한 나 자신의 모습도 안타깝다. 생각만 좀 바꾸면 되는데, 결국 그게 안되서 다른 해결책을 동원해야 하는 나도 아이러니하다. 내가 정말 잘하는 게 정신승리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로써 그것도 아닌 것으로 정정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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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글쓰기 매니저가 준 주제는 '최소한의 단어로 쓰기'였다. 나는 오늘의 글에 한 단어를 적어넣었다.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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