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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 소설 같을 때가 있다. 회사가 희망퇴직을 시행하자 바로 휴먼 드라마가 펼쳐졌다. 팀 모두가 그만 두라는 면담을 받지만 아무도 자기가 몇 시에 면담을 가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게 바로 미스터리 추리극인가. 친한 동기들 사이에서도 그만둘지 말지 여부를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옆 팀에 누가 그만둔다던데, 이런 소문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분 십 년도 넘게 다니신 분 아냐? 그런 분도 그만두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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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회사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팝업창의 기본을 안다. '오늘은 그만 보기' 혹은 '다시 보지 않기' 체크박스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팝업창에는 그런 옵션이 없었다. 희망퇴직하기 버튼을 누르지 않았기 때문에 면담은 계속되었다. 퇴직 신청 마감 두 시간을 남기고 퇴직 신청 버튼을 눌렀다. 누르자마자 면담을 하자는 메시지가 왔다. 그 메시지에 퇴직 신청했다는 답신을 보냈다. 몇몇 선배들은 버튼을 왜 그렇게 빨리 눌렀냐고 했다. 감축 목표가 달성되고 나서 접수한 사람들은 퇴사 반려처리가 되었다고 했다. 너도 늦게 눌렀으면 반려가 되었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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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냥 선착순이었을까. 아직까지도 진실은 알 길이 없지만, 정말 그냥 선착순이었다면 이야말로 반전이 아닌가. 이거 그냥 쓰기만 하면 소설이겠는데,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어디 그때만 소설이었을까. 최근 퇴사자 중에 등단하신 분이 있다. 그분의 소설을 보면 그냥 내가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 길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 이야기로 소설을 쓰면 어떨까 생각하다, IT회사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돼서 그 이야기에 공감을 하겠어, 하고 슬그머니 접었던 나의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 소재는 무엇이어도 상관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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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생일날 친구들을 불러 종일 수다를 떨었던 이벤트가 생각났다. 시간 대 별로 함께 수다 떨 사람을 신청받았다. 대체로 서로 모르는 나의 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 보는 그들은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IT 서비스 기획자는 혹여나 일베 관련 용어를 기획하는데 쓰게 될까 봐 일베 용어를 검색해서 공부했다고 했다. 자취를 하는 친구는 헤어진 남자 친구가 집에 침입해 보복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방범에 대해서 걱정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얼어붙은 호수에서 드라이빙을 하고 왔다며 자동차 사방에 카메라를 달고 촬영한 영상을 꺼내서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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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언제나, 어디에도 있다. 흩어진 이야기들을 엮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것이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