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어린왕자를 보고
1
애니메이션 어린왕자를 봤다. 애들보다 어른이 더 감동받는 영화라더니. 말 그대로네. 아이는 명문학교 면접에서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 패닉으로 기절한다. 어린왕자는 자꾸 반복해서 말한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어린왕자는 커서 어른이 되고 370번째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그는 371번째 직장에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2
어떤 어른은 별을 소유했다. 별을 많이 소유한 사람은 사장이 되었다. 그는 별을 유리에 가둬놓고 하나씩 꺼내서 부셨다. 부서진 별은 전기에너지가 되어 어른들이 일하는 공간의 불을 밝혔다. 아이는 별들이 가둬진 유리를 깼다. 갇힌 별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3
어린 시절의 기억이 돌아오자 어린왕자는 소행성으로 돌아갔다. 거기엔 오래전 사랑했던 장미가 시들어 있었다. 왕자가 장미를 어루어 만지자 검게 시든 꽃잎이 풀썩 떨어져 내린다. 그중 하나를 쥐려 하자 잎은 손위에서 바스러져 바람에 날아간다. 그때 해가 진다. 붉은 노을 속에서 어린왕자는 장미를 발견한다. 장미는 어린왕자의 마음속에 함께 있다고, 그는 말한다.
4
존재의 소멸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죽는 것의 생의 끝일뿐 존재의 소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을 가진 존재는 죽음 뒤엔 타인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실존하지 않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거기에 이르니 죽음에 대한 편견이 좀 사라지는 것 같았다.
5
소행성에서 장미와 서툰 사랑으로 힘들어하던 어린왕자는 장미를 떠나 방랑하다 장미덩굴을 만난다. 거기서 수많은 장미를 발견한 어린왕자는 놀라서 묻는다. 너희는 누구야? 장미는 대답한다. 우리는 장미야. (여기서 실제 대사는 장미의 복수형을 사용한다.) 어린왕자는 나중에 깨닫는다. 자신이 사랑한 장미는 어떤 장미로도 대체될 수 없는 우주의 단 하나뿐인 장미라는 것을.
6
나는 우주에 하나뿐인 존재다. 내가 관계 맺고 있는 대상들도 모두 우주에 하나뿐일 것이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동전이라도 내가 길에서 주운 동전은 단 하나인 것처럼, 나는 거시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것들과 미시적으로 무척 특별한 의미를 주고받고 있다.
7
370번째 직장에서 해고된 어른 왕자는 돌아간 소행성에서 다시 어린이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잃었던 기억을 모두 찾는다. 어른이 된 왕자를 다시 어린왕자로 돌이킨 것은 자신에 대한 기억이었다. 나는 나에 대한 기억을 얼만큼 잃어버렸을까, 또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