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나요?

Day-2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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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편이다. 대학시절 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강변북로를 달려야 했다. 해가 지고 깜깜한 물을 바라보면 약간 슬펐다. 도시의 어두운 이야기를 강이 모두 품어 나르고 있는 듯했다. 무엇 때문에 슬픈 기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하루는 평범했다. 평범하게 선배와 말다툼을 하거나,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를 했고, 상사에게 핀잔을 들었다. 사람들과 부딪힌 시간 속에서 나는 등장인물 1에 불과했지만, 까만 강을 바라볼 때는 오직 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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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뿐이라,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들을 싸이월드에 남기곤 했다. 미니홈피의 정서가 다들 그러했듯 허세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반응을 남겨주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이십 대의 기록이 인터넷 작은 창 한편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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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 유행이 지나고는 쓸 일이 별로 없었다. 갑작스러운 공황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머리가 하얀 대학병원 의사는 나에게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주었다.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야근을 많이 하는지 물었다. 평소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야근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보통 드라마나 소설 속 불행들도 이랬던 것 같다. 불행은 꼭 뒤통수를 때리면서 온다. 갑작스러운 뒤통수에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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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불행들이 지나고 보니 필요한 경험이더라는 것도 보편적 사실인 것 같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나를 쓰는 사람으로 기억해주기 시작했다. 일기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쓴 덕분인 것 같다. 더 좋은 점도 있었다.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계속 쓰다 보니, 스스로 나를 인생의 주인으로 대접해줄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알고 잘 돌 볼 수 있게 되니, 다른 사람도 더 잘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나를 과시하기 위해 남에게 조언을 했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한 말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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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쓴다는 건 나에게 중요한 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통 쓰지 못했다. 브런치에 새 매거진을 파놓기만 하고 못 썼고, 페북에도 일기를 써 내려가다 그만두는 일이 잦았다. 왜 안 써지는지는 잘 모를 일이었다. 왜 요즘 글이 잘 안 써지는가, 라는 제목으로 쓰기를 시도했는데 그것도 쓰다 그만두었다. 잘 안 써지는 와중에 쓰고 싶은 내용은 계속 쌓였다.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 라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뭐야, 글감 많은데 왜 안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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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질문받는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도대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질문이 꺼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틀째 쓸 수 있는 걸 보면 일단은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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