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나요?

day-3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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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10점이지 않나? 아니면 11점이라고 할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삶에 아주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질문을 남편에게 던져 봤다. 남편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돌려주었다. 10점이 아닐 이유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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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회사 연말 파티 때 브라이언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해를 마무리할 때쯤 브라이언이 상을 하나 받게 되었는데, 그 상이 자기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어 좋다고 했다. 올해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끝에 좋은 일이 있어서 올해가 다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그는 말했다. 아마 나도 그런 생각인 것 같다. 지금이 참 좋다. 그래서 이전까지의 삶에 만점을 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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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느낀다. 이렇게 살면 더 나중엔 더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에게 그런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 만족스러운 게 아닐까. 유대인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필라테스도 비좁은 유대인 수용소에서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동이라고 한다. 언젠가 나가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었다면, 그 좁은 곳에서 강도 높은 운동을 할 수 없었겠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기대하고 결국 이루어냈던 사람들처럼, 나도 나 자신에게 더 기대할 수 있는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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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린 시절 나는 스스로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이었던 아나운서는 중학교 때 거울보고 접었다. 고삼을 시작하던 해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못 갈까 두려웠다. 학창 시절 나는 지레 겁을 먹었고, 쉽게 포기했다. 포기할 수 없어 끝까지 도전한 일들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었다. 나는 내가 기대한 것보다 좋은 학교에 두 군데나 합격을 했다. 대학 가서 꼴등 하면 어떡하지, 걱정했으나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나는 나를 과소평가했던 게 아닐까 조금씩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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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해보고 싶은 일들이 쌓여있다. 어떤 것은 회사에서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다시 작은 회사로 가서 인사담당자 해보기, 스타트업에 인사 관련 자문해주기, 일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 직접 만들어서 쓰기, 좋은 퍼실리테이터가 되어보기, 기업 내부 코칭 전문가가 되어보기 등등. 회사 밖에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신춘문예에 소설 써서 내보기, 모르는 도시에 가서 살아보기, 이집트 상형 문자 공부하기, 함수형 프로그래밍 가르치는 학원 차리기 등등.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쉬워 보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만큼의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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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지금 여기가 아니면, 다른 건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지금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는 점에서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이십 대 초반에 이미 성인이었으면도 불구하고 나는 더 훌륭한 어른이 될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씀해주신 분들에게도 참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이런 허무맹랑한 꿈 풍선에 아무 돌팔매질하지 않는 나의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감사하다. 역시 사람의 완성은 사람으로 되는 것인가 보다. 주변인 양분 버프로, 더 무럭무럭 자라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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