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시절, 나는 무엇을 좋아했나요?

day-8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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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뭔가를 격하게 좋아한 적이 없었다. 중학생 시절 나를 제외한 친구들에게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었다. 우리 반의 무리는 지오디파와 애쵸티파로 갈려있었다. 지오디를 좋아하는 아이와 HOT를 좋아하는 아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진리처럼 떠돌고 있을 때였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는 HOT 문희준의 팬이었다. 그 아이는 문희준과 똑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잡지에 나온 문희준의 사진을 모두 모았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잡지를 산 뒤에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만 남기고 나머지는 서로 나누었다. 나도 그 친구에게 문희준 사진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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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서 HOT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잡지를 사서 문희준이 나온 사진을 뜯어 친구에게 주었다. 너는 HOT의 누굴 좋아하는 질문이 바로 돌아왔다. 누굴 좋아한다고 말해야 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장우혁이라고 대답했다. 친구가 팬픽을 좋아했는데, 문희준과 장우혁이 커플로 나오는 설정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뜨듯 미지근한 반응 때문에, 친구들은 내가 HOT 팬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해방 후에 친일했던 조선인이 된 것처럼 나는 격렬하게 부인했다. 아냐 나도 진짜 HOT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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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습게도 그 이후 나는 HOT를 진짜로 좀 좋아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HOT 사진을 정성스럽게 오려서 자주 보는 자습서를 포장했다. 친구들처럼 격한 팬질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가끔 HOT 노래를 듣는다. 텔레비전에 장우혁이 나오면, 우리 오빠 사고 안치고 이 나이까지 멋지게 공연하는 모습에 존경의 마음이 든다. 중학생 시절 내가 정말 좋아했던 건 연예인이 아니라 친구였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연예인까지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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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했던 나는 고등학교 때도 학교 가는 게 즐거웠다. 고등학교 이학년 때까지는 수업시간에 졸거나 쉬는 시간에 자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왜냐면 친구들이랑 늘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반뿐만 아니라 옆반 윗반 돌아가면서 학교를 휘젓고 다녔다. 그런데 고삼이 되자 학교가 지루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야간 자율학습을 한다고 수업이 끝나도 집에 보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공부하고 있어서 방해를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두둑이 책을 쌓아 베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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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야자가 끝날 때까지 잠을 자는 나를 친구들이 말렸다. 그만 좀 자라며 책을 뺏어갔다. 그러면 나는 깔고 있던 방석을 반으로 접어서 베고 다시 잠을 잤다. 학교가 참 지루했다. 학생회 핑계를 대서 몰래 수업을 빠지기도 했다. 수업을 땡땡이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정문에서 선생님에게 걸렸다. 전교 부회장이 잘한다. 선생님에게 늘 그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넌 부회장이 장래희망도 없냐. 그런 말을 들으면 억울했지만 대꾸할 말이 없었다. 나는 뭐든지 올바른 사람이어야 하나. 장래희망은 진짜 없었는데. 적당히 점수 맞춰서 진학하겠다는 건 진심이었지만, 그런 말은 다 반항으로만 들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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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석식 직후 휴식시간이었다. 석식 시간이 한 시간이라 밥 먹고 시간이 좀 있었는데, 그때 고삼은 운동을 많이 했다. 앉아서 공부만 해서 살이 많이 찌기 때문이었다. 운동장에서 배구를 하기도 하고, 여름이면 물싸움을 한다고 물총이나 물풍선을 들고 온 학교를 헤집었다. 나중엔 복수를 하겠다고 양동이에 물을 들고뛰는 통에 근력운동까지 되었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나면 공부가 잘 되기도 했었다. 그 시절 학교에서 보낸 시간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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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생각하니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좋은 추억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금방 행복하게 만든다. 학창 시절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이번 주에도 좋은 추억이 될만한 일들을 많이 벌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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