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4
1
늦잠 자는 날. 정확히는 알람이 울리지 않는 날이다. 나는 컨디션대로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 내 상태에 집중해 몸이 원하는 때를 그대로 수락해줄 수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하다. 특히 요즘 같이 일어나 창문을 열었는데 상쾌한 가을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그날 아침에 이미 하루치 행복 다 누렸다고 할 수 있다.
2
하루를 통째로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날. 어떤 날은 나들이를, 어떤 날은 쇼핑을 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집 방바닥을 구를 때도 있다. 오늘은 여섯 시간동안 스터디 카페에 틀어박혀 코딩 수업을 들었다. 뭐든 내가 원하는 일에 뭉탱이로 시간을 쓸 수 있어서 좋은 날이다. 돈보다 시간을 흥청망청 쓸 때 더 마음이 풍요롭다.
3
평소보다 텔레비전을 더 많이 보는 날. 예능이든 넷플릭스든 일요일엔 좀 더 많이 보게 된다. 한창 보던 구해줘 홈즈는 비슷한 집들에 이골이 났고, 요즘 비밀의 숲 정주행을 시작했다. 검경 수사권에 대해 공부를 시켜주는 이로운 드라마다.
4
화분에 물 주는 날. 우리집은 정북향이라 거실에 해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일조량이 많이 필요한 식물은 죽을 까봐 들이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다육이들이 조금 있다. 그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일요일엔 물도 주고 방에 해가 잘드는 곳에 갖다 둔다. 쨍쨍한 해를 받는 화분을 보면 내 마음도 직사광선에 소독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