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3

프랑스 리옹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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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한시간 연착했다. 비행기는 두 시간도 타지 않았는데 베네치아와 리옹의 풍경 차이가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아주 먼 곳으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반듯하고 깨끗한 건물, 푸른 잔디와 한층 두꺼운 옷차림의 사람들.

2
프랑스에 오니까 역 이름 읽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불어 발음이 심하게 섞인 영어를 알아듣기가 어렵다. 머큐어 호텔은 나름 3성 호텔인데도 프론트 직원이 영어를 못했다. 자꾸 영어를 하는 사이사이 불어가 나와서 나에게 쏘리를 연발했다. 오빠가 불어를 하면 영어를 까먹고 영어를 하면 불어를 까먹는다고 했었는데 진짜 비슷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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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 시내에 해치백이 엄청나게 많아서 놀랐다. 엉덩이가 튀어나온 차는 스무대에 한 대나 있을까 할 정도로 간혹 발견된다. 무슨 세금혜택이라도 주는 걸까, 해치백 자동차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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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은 프랑스 제2의 도시로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라고 한다. 또한 미식 도시로도 유명해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들이나 유명 쉐프들의 레스토랑들이 많다. 지역에서 발달한 '부숑'이라는 식당들도 유명하다. 부숑은 코르크 마개라는 뜻으로 원래 선술집의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은 리옹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부숑에서는 스타터, 메인, 디저트로 구성된 식사를 15~20유로 정도에 먹을 수 있다. 나는 8시쯤 식당에 들어갔는데 9시가 넘으니 식당이 사람으로 넘쳤다. 여기 사람들도 밥이 좀 늦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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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는 과일이 나왔다. 겉은 시럽으로 발라져 있는데 안쪽으로 갈 수록 소금에 절인 맛이 났다. 분명 복숭아 같은 껍질과 향을 가지고 있는데 과육은 감자스러운 식감으로 씹혔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돌이켜보니 샐러드에도, 페퍼소스를 얹은 돼지요리에도 처음 먹어보는 맛들이 들어있었다. 미식가란 맛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매일 먹던 익숙한 요리들이 아니면 생소함 때문에 맛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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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쿠르 광장에 나왔다. 붉은 모래가 깔려서 멀리서 보면 붉은 벽돌이 깔린 광장처럼 보인다. 광장이 무척 넓었다. 탁 트인 공간에 앉으니 마음까지 시원했다. 서울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숲만 해도 좀 넓은 것 같은데 넓은 만큼 사람도 빽빽해서 답답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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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덕에 에너지가 고갈되어 일찍 들어와서 쉬었다. 들어오면서 모노프릭스에 들려 맥주와 감자칩을 샀다. 와인이 마시고 싶었지만 10도 넘는 술을 마실 컨디션이 안되어서 맥주를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못 마시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9시 기차에서 마신 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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