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0
1
해리포터의 고향, 런던 여행이다. 해리포터는 처음으로 밤을 새워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책이었다. 계단 밑 창고방에 살던 구박데기가 실은 마법사였다는 설정은 평범한 중학생인 나를 설레게 했다. 소설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는 더 덕후가 되었다.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을 영상으로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멋있는 곳일 줄이야!
2
런던 여행 계획은 시작부터 다른 여행과 달랐다. 모든 여행은 비행기 티케팅과 함께 시작되는데, 런던 여행은 그것보다 먼저 티케팅한 것이 있었다. 바로 해리포터와 저주 받은 아이 연극이었다. 이 연극은 1부와 2부 두 개의 공연으로 되어있는데, 나는 거의 1년 전에 예매를 했다. 1년 전인데도 두 자리가 남아있는 날짜가 별로 없어서 겨우겨우 날짜를 맞춰 구매할 수 있었다. 공연장은 그렇게 한 해를 기다린 해리포터 덕후로 꽉 찬다. 런던에 와서 이 연극을 볼 수 있다니 나는 성공한 덕후라는 생각이 들었다.
3
해리포터 스튜디오 가기 전날은 9와 3/4 플랫폼에서 사진찍을 생각에 잔뜩 신이 났다. 스튜디오에 가면 그날 생일인 어린이가 마법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는데, 내가 왜 오늘 생일이 아닐까 슬펐다. 물론 어린이도 아니였지만. 그래도 호그스미드 길거리도 거닐고, 호그와트로 가는 열차도 타보고, 지팡이 휘두르는 연습도 하고 빗자루도 탔다! 아 실물 크기 벅빅이랑 인사도 나눴다.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야기하고 있으니 또 가고 싶은데, 아마 먼 미래를 기약해야겠지.
4
런던 근교의 옥스퍼드를 방문한 것도 해리포터 때문이었다. 호그와트의 기숙사의 대연회장으로 나오는 곳이 옥스퍼드 학교의 식당이다. 학생들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했는데, 그 식당에서 매일 밥을 먹을 수 있다니 무척 부러웠다. 옥스퍼드에는 식당 뿐만 아니라 도서관 등 해리포터 촬영지가 많았는데, 학교 안을 거닐 때 호그와트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상상 속 마법학교가 실재하는 느낌!
5
유럽 여행을 하면 박물관 입장료로 꽤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데, 런던은 무료 입장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런던도 다른 서유럽 국가들처럼 다른 나라 문화재를 가져와서 전시 중인 것이 많은데, 훔쳐와서 전시할거면 런던처럼 무료로라도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건축물도 많아서 그냥 길을 거닐기만 해도 시선을 사로잡는 잡는 곳이 많았다. 노팅힐에 나온 서점에 가서 결혼을 앞둔 친구를 위한 카드를 샀던 일도 기억이 난다. 상상속 로망이 손에 잡힐 듯 했던 아름다운 오월의 런던 여행. 그때를 회상하니 다시 런던 여행을 가고 싶다. 언젠가 다시 갈 날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