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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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었나? 집안에 있는 사물들을 하나씩 찬찬히 본다. 몇 달 창고에 있다 나온 가습기가 도자기 같은 자태를 뽐낸다. 테이블과 소파, 식기와 커트러리까지 쭉 헤아려 보았다. 그중에 브랜드를 좋아해서 산 경우는 없었다. 제품은 마음에 들었지만 브랜드까지 알고 좋아하는 일은 없었던 것들이다. 브랜드를 좋아해서 산 것이 정말 없었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 가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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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자동차. 나는 자동차가 완성되지 않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 물건은 과도하게 빠르고, 빠른데 비해 안전 장치가 없다. 잠깐 한눈을 파는 것만으로도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그래서 차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볼보를 먼저 알아보게 되었다. 볼보는 안전벨트를 만든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자동차 사양을 보다가 더 마음에 드는 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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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차는 앞유리 겉면에 에어백이 설치되어 있다.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에어백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다른 차들에도 이런 스펙이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다른 브랜드의 차들은 보행자를 위한 외부 에어백을 갖고 있는 경우가 없었다. 에어백이 차의 구성요소 중 특별히 고가의 부품은 아닐 텐데, 운전자를 위해서는 고가의 스피커까지 차에 반드시 필요 없는 스펙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외부 에어백 스펙이 옵션사항에 전혀 없다니, 약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나에게 아주 비싼 차를 산게 아니냐고 물었다. 우리가 산 차는 볼보에서 가장 작은 차다. 가격도 볼보 치곤 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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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차를 고를 때 선택에 어려움이 없었다. 차를 파시는 분 말로는 타사 차량 중에는 안전 벨트를 매지 않아도 경고음이 잠깐 울리다가 꺼지는 차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볼보는 안전 밸트 안 매면 서울서 부산까지 가더라도 가는 내내 경고음이 꺼지지 않는다고 했다. 속으로 안전벨트 안 매면 시동이 안 걸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지만 나처럼 생각하고 만들면 아무 차도 팔리지 않았겠지. 나는 왜 차량에 알코올 측정기가 부착되어 있지 않은지가 불만인 사람이다. 불어서 알콜이 감지되면 시동부터 안 걸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초보수적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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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볼보는 차가 비싸다. 운전 마스터인 남편과 달리 초보운전인 나는 차를 자꾸 망가 뜨리는 중인데, 곱게 오래오래 타기 위해서 좋은 운전 습관을 들여야겠다. 오래된 차이지만 반질반질 관리가 잘된 차를 볼 때 얼굴도 모르는 차주인에게 괜스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나도 에어백 터져 나올 일 없게 곱게 오래오래 몰아서, 빈티지 하지만 낡지 않은 차의 주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