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5

프랑스 파리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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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파리였다. 명소마다 사람이 그득그득, 차도 많고 길도 좁았지만 파리는 대체불가능한 도시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숙소는 루브르 궁전의 바로 다음 블럭이었다. 짐을 끌고 피라미드 역을 나오자 앞으로 오페라 가르니에, 뒤로는 호텔 루브르의 장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는 원래 갤러리로 쓰던 집이어서 깨끗하고 넓었다. 먹을 물이 없어 밤에 큰 길로 나왔다.

2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물을 살만한 곳은 없었다. 왜 파리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것일까. 있다면 대박날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하겐다즈 매장에 들어가 3유로나 주고 물을 샀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오는데 바로 맞은 편에 자판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자판기에는 한국라면도 있었다. 여행 가서 라면을 먹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왜 한국사람들이 컵라면 같은 걸 싸가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쌀쌀한 파리의 난방이 없는 집에서 계란 넣은 진라면을 끓여먹고 큰 행복을 느꼈다.

3
그림은 오랑주리의 수련 연작이 최고였다. 루브르는 두 번째였고 오르셰는 지난 번에 가서 안갔다. 수련 연작이 오랑주리에 있대서 잠깐 볼까 들렀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시력을 잃어가는 늙은 화가가 사랑했던 정원이 거기에 있었다. 지베르니에는 정작 모네의 그림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제대로 봐서 무척 기뻤다. 모네는 오랑주리에 이 그림을 전시한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했다. 죽기 전에 이런 걸 그리고 죽는다면 꽤 흡족한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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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는 인상적인 건축물이 많았다. 퐁피두도 그 중 하나였다. 70년대에 지어졌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인 건물이었다. 당시 흉물스러운 외관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다는데 지금은 조르쥬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는다고 한다. 문득 우리나라 대통령의 업적을 생각해봤다. 금융실명제, 햇볕정책, 4대강 이런 거... 프랑스의 정치인들은 루브르를 세계최대의 박물관으로 만든다, 모네가 그림 그리는 것을 독려한다, 이런 식의 활동을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정치인들이 많은 나라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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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팡테온에는 푸코의 진자가 있다. 여기서 푸코가 실에 추를 매달아 지구자전을 최초로 증명했다고 한다. 팡테온에는 퀴리부인의 묘도 있다. 물리학이 매우 발달한 나라인데 지금은 그런 과학과학한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여기 개발자가 한 명이라도 살까, 싶을 정도로 1200년대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하다. 팡테온 근처에 소르본 대학이 있는데 검색해보니 문과전공만 가르치는 듯 하다. 프랑스의 물리학과 화학들은 어디서 그 명맥을 잇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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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3년간 살다온 오빠에게 프랑스에 가서 뭘 먹어야 하냐고 물으면 대답이 항상 홍합이었다. 근데 제작년에도 못 먹고 대체 홍합은 어디서 파는 건지 코빼기도 찾지 못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몽생미셸에 있었다! 오믈렛이나 먹어야지, 하고 들어간 식당에서 믈 프리츠를 발견한 것이다. 찐 홍합과 감자튀김을 함께 주는 요리다. 제대로된 레스토랑에서는 생감자를 썰어서 튀겨준다. 환상의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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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배를 타고 센강을 따라 유람을 했다. 오르셰를 지나갈 땐 8년전 2층을 못봐서 강 다리에서 울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못보면 못 보는 거지 왜 울고 그랬을까. 그때도 아마 파리에 두 번 다시 못올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뭐든지 계획만큼 못보면 다음에 다시 와서 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아쉬움이 남으면 또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편 기분 좋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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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내내 매일 같이 2만걸음을 걷는 예상외의 강행군을 했다. 귀국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오는 길에도 교통사고가 두 번이나 나서 심각하게 차가 밀렸다. 뭐하나 쉽게 되는 법이 별로 없었던 파리였다. 그래도 테러 당하지 않고 잃어버린 물건 없이 잘 돌아왔다. 이제 내일 회사에서 졸지만 않으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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