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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Oct 16. 2020

신의 선물이 주어진다면 어떤 재능을 받고 싶나요?

day-40

1

산책할 때 거미줄을 보면 손목을 위로 들며 스파이더맨 흉내를 낸다. 여기서 진짜 거미줄이 나와서 어디든 대롱대롱 매달릴 수 있다면 어떨까? 아파트 단지 사람들을 다 깜짝 놀라게 할 수 있겠군. 재밌겠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만약 진짜로 내 손목에서 거미줄이 튀어나온다면 현실은 재앙이 될 것이다. 아파트 사이로 지나가는 나를 사람들은 사생활 침해범으로 여길 것이고, 신고당하면 생체 연구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를 상상하더라도 나는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히어로의 운명에 처하겠지. 영화 속 히어로들이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삶을 나는 이미 가졌다. 엔딩이 이미 도래한 세상을 원점으로 되돌릴 필요는 없겠지. 


2

먼저 떠올랐던 탐나는 재능들 몇 가지는 한 번 더 생각하면 재앙에 가까웠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면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 까지 알게 되어 괴로울 것 같았다. 게다가 마음을 읽으면 관계가 너무 쉬워서 흥미를 잃어버릴 것 같다. 산 속 자연인으로 혼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도 매력적이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최후를 알게 된다면 그걸 막기 위해 현재를 온통 망쳐버릴 것 같았다. 닥터 스트레인저는 대체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 수 있었는가... 그런 저런 생각 끝에 약간 마음에 든 능력은 이것이었다.


3

유머. 사람을 웃길 수 있는 능력. 나는 아재 개그를 간혹 시도하곤 하는 유머 추구자다. 사람들을 웃기고 싶은 욕망에 반해 개그가 아재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조금 서글프다. 그래서 마음껏 사람들을 빵빵 웃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가끔 회사 단톡 방에서 사람들 웃기려고 노력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웃기고 싶으면 개그맨을 했어야지 왜 회사에 있나 싶다가, 아 내가 이렇게 못 웃겨서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구나 깨닫는다. 간혹 일반적인 말을 개그로 받아쳐서 웃기는 이수근을 보면서 감탄하곤 한다. 그렇게 잘 웃기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 


4

잘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왜 신에게 받고 싶은 능력은 별로 없을까. 아마 무언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의 총합이 나 자신인 것 같다. 그중에 갑자기 한 두 가지를 잘하게 된다고 해도 내가 아닌 것 같고, 잘하던 몇 가지를 못하기 시작한다고 해도 내가 아닌 것 같다.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세계 최고의 달필가가 되었다면, 기분이 어떨까. 왠지 잘 써지는 글도 그다지 쓰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건 내 글이 아닌 것 같고, 내가 아닌 것 같아서. 


5

진정 신이 나에게 뭘 준다면 바라는 것은 내가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 길에 큰 불운이 닥치지 않게 해주는 것,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너무 큰 행운도 바라지 않고, 그냥 갈길 무사히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딱 그 정도가 신에게 바라는 바이자, 지금 나의 상태가 신에게 감사할 수 있는 상태구나 싶다.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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